◎심사범위 커 대법과 불균형/여권 재조/무력화 기도… 권한 확대해야/야권 재야○…헌법재판소 권한을 둘러싼 논쟁이 최근 민자당의 문제제기를 계기로 다시 불붙을 조짐이다.
헌법재판소 권한 축소여부를 놓고 지난해 대법원의 「법무사 임용에 관한 규칙」을 헌재가 위헌으로 결정한 직후 두기관간에 한바탕 싸움이 벌어졌었다. 그러나 이번엔 민자당의 문제제기를 놓고 여야는 물론,재조와 재야법조계가 뚜렷하게 찬·반의 상반된 입장을 보이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민자당은 지난 10일 당무회의에서 율사출신의 이치호의원 등이 『헌재의 소원심사범위가 무제한일뿐 아니라 위헌판결이 너무 잦아 대법원과의 균형이 무너지고 국민들이 혼선을 빚고있다』고 선제포문을 열었다.
11일 민자당의 박희태 대변인도 『현재 민자당이 헌법재판소법 개정작업에 들어간 것은 아니다』고 전제하면서도 문제제기가 되고있음을 부인치 않았다.
이로 미루어 민자당이 가까운 시일안에 어떤 형태로든 헌법재판소의 권한에 대한 문제제기를 공식화 하겠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재조법조계나 정부·여당의 축소론은 헌법재판소는 원칙적으로 법률의 위헌여부심사권만 갖고 「명령·규칙 및 법집행절차에 관한 위헌심사권」은 대법원으로 넘겨야한다는 주장이다.
현행헌법 1백7조2항은 「명령 규칙처분의 최종위헌 심사권은 대법원에 있다」고 돼있는데 왜 헌재가 월권을 하느냐는 것이다. 이에 대해 헌법재판소는 법률이 명령규칙 등의 상위규범이므로 위헌법률심사권을 갖고있는 이상 명령 규칙의 위헌여부도 심사할 수 있다고 맞서고 있다.
결국 이 문제는 법해석상의 논쟁이기때문에 결론짓기가 어렵게 돼있다.
오히려 헌법재판소 권한 축소론에는 6공 출범후 「권위주의 청산」 바람속에서 헌재가 지나치게 여론을 의식한 결정으로 그동안 쌓여진 판례 등 기존법체계를 뒤흔들고 있다는 우려의 시각이 강하게 내포돼있다.
이 지적에 대해서는 법을 집행하는 정부쪽뿐만 아니라 재야법조계 일부에서도 동감하고 있는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명령 규칙의 위헌심사권을 헌재에서 대법원으로 이관한다해서 헌재의 권한이 대폭축소되느냐는 것이다.
오히려 헌법재판소 법개정방향이 헌재의 권한을 법원의 위헌법률심사 제청에 대한 결정으로만 축소시키는 쪽일때 더 큰 회오리가 일것이란게 법조계의 전망이다.
현재 헌재는 국민이 권리 침해에 대한 구제를 위해 직접내는 「헌법소원」에 대한 심사권도 갖고있기 때문이다.
○…야당과 재야법조계는 「헌재권한 축소」 주장을 「헌재에 대한 무력화기도」라고 해석,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들은 이같은 주장이 잇단 위헌판결로 인해 헌재를 「껄끄럽고 귀찮은」 존재로 보고있는 정부·여당내 일부의 시각을 대변하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은 또 최근 법원의 사죄광고 명령에 대한 헌재의 위헌결정을 계기로 대법원과 헌재의 권한분쟁이 재연되고 있는 시점에서 이 의견이 돌출된데 주목하고 있다. 즉,이번 다툼에서 여권이 대법원의 손을 들어줌으로써 자연스럽게 「재야의 입지축소」라는 과실을 얻으려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이와 관련,신민당의 한 율사출신 의원은 『지난해 법무사법 시행규칙을 놓고 대법원과 헌재의 다툼이 한창일때 여당의 법사위원들이 일방적으로 재헌를 몰아세웠던 일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러한 야권의 부정적 반응은 신민·민주·민중당의 각 대변인 논평에서 그대로 나타났다.
이들 논평들은 민자당의 방침을 하나같이 『기본권 보호에 역행하는 5공식 발상』이라고 몰아세웠다.
재야법조계도 대한변협이 지난해 3월 헌재권한의 확대를 주조로한 헌법재판소 법개정안을 내놓고 있음을 강조하고 있다. 대한 변협은 이 개정안에서 ▲헌재의 법률안 제출요구권과 예산요구권 신설 ▲헌재재판관의 전원상임제 채택 ▲위헌결정 효력범위의 확대 ▲헌법소원 대상의 확대 등을 주장했었다.
따라서 재야법조계의 입장에서 보면 「헌법소원대상 축소」 주장은 자신들의 견해와는 정반대되는 것이다.
야권과 재야법조계가 이처럼 반대의 목소리를 높이는 것은 그동안의 헌재의 역할에 대한 긍정적 평가에서 기인한다. 이들이 보안법에 대한 「한정합헌」 결정이나 노동관계법의 제3자 개입합헌결정,교원노조관련 결정의 지연 등에 대해서는 불만을 가지고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후보기탁금제도의 헌법불일치 결정이나 검사의 불기소처분,변호사 업무정지제도,군내부 기합에 대한 위헌결정 등은 높이 평가하고 있다.
따라서 헌재권한축소 주장이 법개정으로 현실화될 경우 야권과 재야법조계의 반발이 불가피할 전망이다.<신효섭기자>신효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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