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새벽 연쇄 방화로 날벼락/주민들이 앞다퉈 숙소제공… 성금도삭막한 도시에도 이웃사람은 살아있었다. 지난 9일 새벽 방화범의 소행으로 보이는 연쇄방화로 집과 생활수단을 한꺼분에 잃어버린 서울 강서구 화곡본동 56의215 최진필씨(44·가내공업) 일가족 4명은 화마가 덮쳐 시커멓게 뼈대만 남은 보금자리를 보며 허탈해 하면서도 이웃주민들의 따뜻한 도움에 새삶의 의지를 다지고 있었다.
최씨의 부인 이순희(47)가 불이 난것을 안 것은 이날 0시30분께. 불길이 덮쳤을때 잠옷 바람으로 딸 윤정양(10·화곡국교 3)을 안고 담을 넘어 나온 최씨 부부는 문간방에 세들어사는 김부억 할머니(67)가 생각나 몰려나온 이웃들에게 도움을 청했다. 건강한 남자들은 누구랄것도 없이 불길이 번지는 대문을 넘어가 잠자는 김할머니를 구해냈다.
이씨의 수출품 장신구 조립·포장일을 함께 부업으로 하던 아낙네들은 부지런히 대야에 물을 날라 불길을 잡아 나갔다.
좁은 골목 길에 진입할 수 없는 소방차가 나타나기전 30여분동안 한마음이된 주민들은 스스로의 노력으로 불이 번지는것을 막을 수 있었다.
최씨 가족과 마주보는집에 사는 주부 이정순씨(45)는 이들과 뜬눈으로 밤을 새우고 따뜻한 아침밥을 지어주며 위로했다.
아들이 아파트분양을 받을때까지는 좁은집에서 짐이되고 싶지 않다며 5백만원에 최씨집 문간방에 세들어 혼자살던 김할며니는 독실한 신앙인답게 『이웃사랑이 하느님 사랑』이라며 데리러온 아들을 만류하고 하루를 더 최씩가족을 위로해주다 되돌아 갔다.
최씨의 이웃 8통7반,8반은 물론 화곡2동 주민들까지도 회재 소식을 듣고는 푼돈으로 갹출,11일 76만5천원의 성금을 전달했다.
8통장 권길상씨(37·부동산 중개업)는 『이웃의 얼굴도 모르는게 요즘 세태라지만 졸지에 집을 잃은 이웃사촌을 모른체할 수 있겠느냐』며 주민들이 최씨 가족을 서로 자기집에 묵게 하려한다고 말했다.
이틀을 뜬눈으로 새우다시피한 이순희씨는 두딸의 교과서까지 모두 불타버린 것을 가장 가슴아파하고 있다.
이씨는 11일 하오 마을 뒤편 공터에 동사무서에서 내준 군용텐트를 치면서 이웃사촌들의 뜨거운 정을 이번 화재로 알게 됐다고 말했다.【하종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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