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첫 민간차원 물자전달/동일 창구로 물물교환 합의/북서 정치목적 배제 인식 신뢰감 표시사랑의 쌀이 첫 남북한 직교역의 물꼬를 텄다. 정부는 10일 서울의 천지무역상사와 북한측의 조선금강산 국제무역개발 회사간에 남측의 쌀 5천톤과 북측의 무연탄 등을 직교역하기로 합의가 이뤄졌다고 발표했다.
정부는 이 발표에서 한국일보사와 한국기독교 총연합회부설 사랑의 쌀 나누기운동본부가 모금한 사랑의 쌀 1만가마가 지난해 7월27일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북한에 전달됐고 북한측이 이를 받아들인 것이 직교역의 계기가 됐다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이는 직교역을 추진해온 천지무역의 유상렬 회장과 금강산국제무역의 박경윤총사장(재미교포·여·56)이 당시 사랑의 쌀 북한전달의 양측 창구였기 때문이다.
결국 사랑의 쌀이 남북한 직교역을 성사시킨 가장 중요한 촉매가 된 것이다.
북한측이 남북물자 직교역에 합의한 배경은 북측의 현실적 필요성과 문호개방 노력에 남측의 남북교류 노력이 합치된 결과이기도 하겠지만 다른측면에서 볼때 북측이 사랑의 쌀로 뚫린 양측간 통로에 대해 신뢰를 갖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분석할 수도 있다.
또한 아무런 대가없이 순수민간 차원에서 전달된 사랑의 쌀에 대한 북측의 반응이 긍정적이었다는 것도 이번에 입증된 셈이다.
남북교역의 성사여부에 사실상 결정권을 쥐고있는 북측은 교역의 창구선정에 가장 민감했으며 사랑의 쌀로 맺어진 민간창구를 최선으로 판단했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직교역을 성사시킨 유상렬씨는 천지무역과 천지항공여행사,한국 교회신문을 경영하면서 한국기독교 남북교류 추진협의회 회장직을 말고 있는 인물.
지난해 3월1일부터 1차 사랑의 쌀 나누기운동을 전개하면서 이 운동의 취지에 따라 식량난을 겪고있는 북한동포에게 쌀을 전달하기로했던 운동본부는 지난해 4월24일 유회장에게 북한과의 접촉을 의뢰했었다.
유회장은 LA에서 활동중인 이광덕목사(67)를 중개인으로해 북한의 대외무역창구중 하나인 조선금강산무역의 총사장인 재미교포 박경윤씨와 같은해 5월31일 동경에서 처음 접촉했다. 박씨는 평양에 본사를,LA 홍콩 북경 등에 지사를 두고있다.
북측은 첫 접촉에서부터 사랑의 쌀 전달이 정치적 목적이 배제된 민간차원에서 이뤄진다는 점을 인식,수락의사를 밝혔다.
이후 6월16일 북경의 금강산무역 지사에서 2차 접촉이 있었고 같은달 29일 금강산무역 홍콩지사에서 유회장과 금강산무역의 박총사장,사장을 맡고있는 북한인 박종근씨를 비롯해 사랑의 쌀본부 김경래 사무처장 등 운동본부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극비리에 양측이 전달합의서에 서명했고 선하증권이 북측에 전달됐다.
이후 한달여만인 7월27일 사랑의 쌀 89년산 일반미 최상품 1만가마(8억3천만원 상당)가 부산항에서 제3국 선박편으로 홍콩을 경유,남포항에 도착함으로써 해방이후 처음으로 민간차원의 대북물자 전달이 성사되기에 이르렀다.
북한은 쌀을 인수한 후 공식적인 반응은 없었으나 지난해 10월 평양에서 열린 2차 남북고위급 회담에서 『쌀의 질이 좋았다』며 사랑의 쌀을 받은 사실을 간접시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쌀을 전달한 후 한국일보사와 운동본부는 북측의 요청에 따라 이 사실을 공개하지 않았다가 지난해 12월 일본매스컴이 연이어 보도함에 따라 12월19일 처음으로 보도,국민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
이번에 사랑의 쌀 통로를 통해 직교역이 성사되게 됨에 따라 민간차원의 남북교역이 활성화되면서 사랑의 쌀이 또다시 북한동포에게 전달될 수 있는 전망도 더욱 밝아졌다.
운동본부와 한국일보사는 지난 3월11일부터 제2차 사랑의 쌀 나누기운동을 재개하면서 올해의 가장 큰 목표로 북한동포에게 더 많은 사랑의 쌀을 보내기로 결정했었다.
특히 이번의 직교역이 인천항과 남포항간의 직송으로 이뤄지게 됨에 따라 사랑의 쌀도 지난해와 달리 제3국을 경유하지 않고 육로나 해상을 통해 전달될 수 있는 길이 마련됐다.
사랑의 쌀 나누기운동 본부측은 『남북물자 교류가 구체화됨에 따라 사랑의 쌀에 대한 북측의 호응도 예상된다』며 『인도주의 차원에서 전개되는 이 운동에 더욱 큰 성원을 기대한다』고 밝혔다.<한기봉기자>한기봉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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