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돈줄 말랐다” 기업마다 아우성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돈줄 말랐다” 기업마다 아우성

입력
1991.04.11 00:00
0 0

◎정부 강력긴축따라… 사채금리 19% 육박/부가세등 2조 필요 월말까지 지속될듯정부의 물가비상에 따른 강력한 긴축정책의 여파로 기업들은 자금비상이 걸렸다.

지난해부터 불안한 양상을 보이던 물가가 올들어 더욱 상승 보폭을 크게 하자 정부는 물가를 잡기위해 우선적으로 통화고삐를 죄고 은행돈줄이 막힘에 따라 기업들은 자금을 확보하느라 비상이 걸린 것이다.

기업들 쓰라고 나오는 돈은 적은데 돈을 쓰려는 기업들은 워낙 많이 시중금리는 올들어 최고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10일 한은집계에 따르면 3년만기짜리 회사채의 유통수익률은 통화정책의 긴축 표방으로 지난달부터 18%대를 넘어선 이래 지난 9일엔 18.79%를 기록,19%선에 육박하고 있다.

3백64일짜리 통안증권의 유통수익률도 종전까지는 그럭저럭 16%대를 유지해 오더니 지난 8일엔 마침내 17%선을 돌파했고 9일엔 17.46%를 기록했다.

이처럼 금리가 오르는 가운데 기업의 자금담당자들은 돈을 조달할수 있는 방도를 찾느라 머리를 싸매고 있다.

담자금당자들은 요즘의 돈들이 아무리 찾아다녀도 없다가는 느닷없이 어디선가 불쑥 나타나 속을 몹시 태우는 「도깨비돈」이라고 부르고 있다. 그만큼 자금조달이 착착 계획에 따라 되지를 못하고 숨바꼭질하듯 어렵다는 의미이다.

은행들 역시 기업자금 수요 때문에 홍역을 치르고 있다. 각 기업마다 주거래은행이 있기 하지만 대부분의 기업들이 복수은행거래를 하고 있으므로 은행들은 거래기업이 자금을 요청해 오면 다른 은행으로 떠넘기기에 바쁘다.

이러저러한 사정을 들어 다른 은행의 형편이 다소 나으므로 다른 기업으로 돈이 넘어가기전에 빨리 그쪽으로 가보라는 말로 자금요청에 대한 답변을 대신하고 있다.

최근들어 은행의 변칙적인 자금대출인 타인대가 은행당 적은데는 2천억원선,많은데는 3천억원선에 달하고 있다. 기업쪽에서 자체적으로 자금을 다막지 못했다고해서 부도를 낼 수는 없는 노릇이고 통화계수에 잡히지 않는 방식으로 자금을 다 채워 넣은 것으로 처리해 주고 있는 것이다.

최근의 자금확보난은 국내유수의 대기업들이 다 겪고 있으며 특히 H건설의 경우엔 이라크에서 받은 7억달러 규모의 어음이 걸프전쟁으로 인해 아무 쓸모없이 서류철에 끼인채 묶여있어 자금난이 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업들의 자금조달 비상은 1조4천억원 규모의 부가세 납부 등으로 2조원 이상의 기업자금수요가 몰려있는 이달말까지 여전히 지속될 전망이다.

그렇다고 기업들 입장에서 돈 좀 시원하게 풀라고 정부당국에 요청할 수 있는 계제도 아니다.

소비자물가가 이미 지난 1·4분기중 4.9%가 오르는 등 물가문제가 심각한 국면에 놓여있는 처지에 돈을 더 풀라고 나설 상황도 아닌 것이다.

이 때문에 기업들은 더욱 속으로 앓고 있다. 기업들은 최근의 자금수요가 대체로 투자가 대폭 늘어난데 따른 것이므로 자칫 통화고삐를 죄는게 경기회복에 찬물을 끼얹거나 설비투자를 제약하는 부작용을 낳을수도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통화 추가공급 여부에 관한한,한은의 입장은 확고부동이다.

성장 물가 국제수지 등 주요 경제정책목표 중에서 최근들어 가장 비관적이고 따라서 대응이 시급한 것은 역시 물가이며 통화를 푸는 것은 바로 이 물가문제에 거꾸로 대응하는 꼴이어서 재론의 여지조차 없다는 주장이다.

통화당국은 올해 통화공급목표를 17∼19% 선으로 잡고 있다. 그속에는 물가상승률도 감안이 되어 있는 데 최근의 경제상황을 고려해 이를 상향조정하면 결국 「높은 물가상승률­높은 총통화증가율」이라는 악순환이 계속되는 셈이다.

이 때문에 한은관계자는 『기업들의 어려움을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물가도 잡고 자금난도 해소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당분간은 물가안정을 위해 통화고삐를 계속 죌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보면 기업들은 은행돈줄이 풀리기를 기다리기 보다는 우선 자금수요 자체를 조절해 대응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홍선근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