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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열도 「고르비열풍」 휩싸여/소 국가원수 첫 방문앞둔 일의 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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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열도 「고르비열풍」 휩싸여/소 국가원수 첫 방문앞둔 일의 표정

입력
1991.04.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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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청쇄도… 정부 “골머리”/언론 회견경쟁도 과열/대다수 일인들 “영토반환 기회” 기대고르바초프 소련대통령의 방문이 박두한 요즈음 일본열도는 온통 「고르비열풍」에 들떠있다.

오는 16일로 예정된 그의 방문은 일소관계사상 소련 국가원수의 첫 공식 방일인데다,전후 45년의 「비원」인 북한 영토반환의 희망을 부풀려주고 있기 때문이다.

집권 자민당을 중심으로 한 「고르바초프 대통령환영회」는 3박4일간의 공식방문 기간중의 영접준비에 한점 오류가 없도록 부산하며,사회당이 준비하는 「고르바초프 환영의 밤」 행사에는 참가 희망자가 너무많아 주최측은 연일 즐거운 비명이다.

각 지방자치단체의 초청경쟁도 뜨거워 일본 외무성과 주일 소련대사관은 초청사절에 진땀을 빼고있다.

초청경쟁에 나선 지방은 홋카이도(북해도) 니가타(신사) 오사카(대판) 등 8개나 되는데,현재까지로는 오사카와 교토(경도)를 둘러보고 나가사키(장기) 원폭피해자 묘지에 참배한 뒤 한국으로 날아가는 것으로 굳어져 가고있다.

고르비를 초청해 강연회를 갖겠다는 대학도 6개소 나돼 일본정부는 골머리를 앓았다.

가이후(해부준수) 총리의 모교인 와세다(조도전) 대학을 비롯,소련과의 인연이 깊은 도카이(동해)대,영빈관에서 가장 가까운데 캠퍼스가 있는 호세이(법정)대 등이 나름대로의 인연과 기득권을 내세워 단독초청을 고집한 것이다.

결국 특정대학을 택할 것이 아니라 6개 대학 대표모두가 참가하는 공동주최 형식으로 낙착됐지만,이번에는 어느대학의 총장이 강연회 사회를 맡느냐를 놓고 줄다리기가 한창이다.

국회연설의 장을 둘러싼 중·참의원의 경쟁도 마찬가지이다. 중의원은 『명실상부한 국민의 대의기관은 우리』라는 주장이고,참의원은 『우리가 상원이니까 참의원에서 연설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3차례의 정상회담후에 있을 양국원수 공동기자회견에도 문제는 있다. 기자들의 질문이 고르바초프에게 집중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그것인데,총리부측은 출입기자들에게 대가이후 총리질문이 50% 정도는 되로록 요청하고 있다는 소문이다.

언론매체들의 고르비 회견경쟁은 더욱 과열 양상이다. 요미우리(독매) 아사히(조일) 마이니치(매일) 등 3대 신문은 지난해부터 단독인터뷰 경쟁에 사운을 걸다시피 해왔다. 지난해 12월6일 선수를 친 요미우리가 『고르바초프 대통령과의 단독회견은 우리가 처음』이라고 선전하자,마이니치는 이틀후에 회견기사를 게재하면서 『공식회견은 우리가 처음』이라고 맞받았다.

아사히는 그로부터 3주일후에 회견기사를 보도하면서 『이렇게 장시간 단독회담하기는 우리가 처음』이라고 했다.

이 회담경쟁은 제2,제3 라운드로 이어져 사장과 편집국장들이 직접 인터뷰에 나서는가 하면,고르바초프 대통령이외에 총리 내무·외무장관 KGB의장 등 소련정치에 영향력을 가진 인사들은 거의 대부분 일본신문의 1면톱을 화려하게 장식해 주었다.

이토록 일본열도가 과열 고르비선풍에 들뜬 것은 말할 것도 없이 북방 4개도서 반환에 관한 국민적인 관심도 때문이다.

2차대전에 패해 소련에 빼앗긴 에토로후(택착) 구나시리(국후) 시코탄(색단) 하보마이(치무) 등 4개도서를 되돌려 받게될 절호의 찬스라고 대다수의 일본인들이 기대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열병같은 기대와는 달리 「4도서일시 즉각반환」은 이루어지기 어려운 정세여서 일각에서는 과잉기대에 제동을 걸고 있다.

동경도지사선거에서 자민당 추천후보가 참패한데 책임을 지고 물러난 오자와(소택일랑) 전 자민당 간사장이 지난달 소련을 방문했을때 만해도 소련은 2백60억달러 규모의 경제협력 카드에 솔깃해하는 눈치였다. 그러나 그 사실이 대대적으로 보도되자 소련국내에서 『고르비가 영토를 팔아 먹으려 한다』는 비난이 일어 소련측은 다시 경색된 자세를 보이고 있다.

양국이 이번 양국정상회담 의제에서 「경제협력」 문제를 제외하기로 결정한 것도 그 때문이라고 한다. 10일 아사히신문에 의하면 소련정부는 「경제협력」에 강한 기대를 표명하면서도 그 문제를 의제에서 제외하자고 요청해 왔는데 이는 「영토매각」이란 국내 비난여론을 의식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영토문제를 중심으로 한 평화조약 체결,가이후총리 방소 및 정치협의 강화,아태 지역안전보장 문제 등 3개 안건만 공식협의하고 경협문제는 비공식으로 하게될 이번 정상회담 결과는 고르바초프의 방소성과와도 맞물린 것이어서 우리에게도 큰 관심사가 아닐수 없다.<동경=문창재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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