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선 아태경협 참여 큰 관심/북한관련 「거북한 문제」도 솔직하게 논의예상/상호이해 근접… 급한 현안없는 우호확인 성격노태우대통령과 고르바초프 소련 대통령간의 제주도 회담에서는 한반도문제가 중심의제가 될 것이 확실시 되고있다. 한국과 소련간에는 현재 시급히 해결해야 할 현안이 없다는게 양국의 공통된 인식이다. 그만큼 양국간 정치·외교·경제·문화 등 모든 분야에서 상호이해가 근접해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제주도 회담은 양국간 현안이 없는 회담이 될 것이므로 노대통령 모스크바 방문에 따른 소련 최고지도자의 답방이라는 상징성에 그 무게가 주어져 있다. 양국정상은 허심탄회하게 흉금을 털어놓고 대화를 나눌 것으로 보이며 대화의 초점은 자연히 한반도를 축으로 한 동북아 정세에 맞춰질 것이 분명하다.
이같은 관점에서 제주도 회담의 의제는 크게 동북아지역의 안정과 관련한 한국의 역할 및 이를 위한 양국의 협력문제,남북관계 등 두가지로 좁혀질 것으로 보인다. 이밖에도 국제정세 전반에 대한 인식의 교환과 걸프전이후 중동질서 재편문제에 대한 간략한 의견교환이 덧붙여질 것 같다.
이번 제주도 회담도 모스크바 회담때와 마찬가지로 노고르비간의 단독회담에 큰 비중이 할애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보통 정상간의 회담은 단독·확대회담의 순으로 진행되는데 고르바초프 대통령의 특유한 회담관행과 두 정상의 돈독한 신뢰관계 등에 비추어 볼때 이번에도 「단독 2시간 확대 5분」의 독특한 회담스타일을 나타낼 것이라는 관측이 유력하다. 따라서 측근참모 1명의 배석자를 둔 단독회담에서 밖으로 드러내기 거북한 문제들이 솔직하게 다뤄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양국 정상간에 솔직하게 의견이 교환될 「거북한 문제」들은 북한에 관한 것들이라는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한국의 유엔가입,북한의 핵안전협정 가입,북한의 개방유도,남북정상 회담개최 등 남북간의 실질대화문제 등이 이범주에 속한다 할 수 있다.
노대통령은 이번 회담에서 한국의 유엔가입을 기정사실화 하기위해 소련의 명시적 동의를 요청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에대한 고르바초프 대통령의 반응은 미지수이나 긍정적 답변을 얻어 낼 가능성은 높다.
이번 그의 방한자체가 북한에 대한 소련정부의 확고한 태도표명이라고 분석하는 시각이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소련은 지금까지 한국의 유엔가입 문제에 묵시적 동의만을 해왔다. 그로부터 명시적 동의를 얻어 낼 경우 지금까지 태도표명을 유보해 오고 있는 중국에 가장 확실한 압력요소가 될 것이다.
고르바초프 대통령은 핵안전협정 문제에서도 종전과 같이 북한이 가입해야 한다는 명확한 입장을 재확인하게 될 것 같다.
고르바초프 대통령은 또 북한의 개방유도에 좀더 전향적 입장을 나타낼 것으로 보인다. 소련은 북한의 맹방이며 모든 군사체계는 물론 경협의 절대적 의존국가이다.
고르바초프 대통령이 남북한 동시수교국가라는 입장에서 지금까지 견지해온 중립적 태도를 탈피하고 전향적 제스처를 취할 경우 남북대화와 한반도 긴장완화에 큰 기여를 하게 될 것이다.
남북정상회담 개최문제도 논의될 가능성은 있으나 노대통령이 적극적인 의견개진을 할 것 같지는 않다. 남북 쌍방간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제주도 회담에서는 남북한 군비통제 문제,한반도 비핵지대화 문제,동북아 평화협의회 구성 등 이 지역의 집단안보 문제도 논의할 것으로 보이지만 구체적인 협의가 있을것 같지 않다는게 청와대 관계자의 관측이다.
고르바초프 대통령은 군비통제 문제에 있어 남북쌍방간 신뢰구축이 우선돼야 한다는 노대통령의 인식을 이해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며,이같은 관점에서 주한 미군철수 문제도 한소양국간 논외의 사항이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청와대측은 설명하고 있다. 대신 고르바초프 대통령은 한반도 비핵지대화 문제와 동북아 집단안보 문제 등에서는 원론적인 언급이 있을 가능성은 높다. 이는 한미양국간 이해가 얽혀있어 주목되는 대목이기도 하다.
이번 회담에서 고르바초프 대통령은 아태지역 경제협력 참여문제에 상당한 관심을 보이고 노대통령에게 협조를 요청할 것이 예상된다. 한국은 ASEAN(동남아 국가연합)의 주요관련 당사국이며 오는 가을 서울에서 APEC(아태각료회의) 회의를 개최할 예정으로 있다. 소련은 최근들어 아태지역에 적극적 관심을 표명해오고 있다.
양국 정상은 이밖에도 일소관계·일북한관계,중소관계 등도 심도있게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방한직전 개최되는 고르바초프가이후 일총리의 일소정상회담이 별성과가 없을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라는 점을 감안할때,노고르비간의 이같은 대화와 그 결과는 동북아 정세에 미묘한 파장을 불러 일으킬 수도 있을 것이다.
일본이 노고르비 제주도 회담에 「유쾌한 반응」을 보이지 않는 것은 이 때문이다.
그러나 제주도 회담에 대해 긍정적 결과만을 기대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아무런 생산적 대화없이 밋밋하게 끝날 가능성이 없지는 않다. 양국 정상간에 특별히 나눠야할 현안이 없으며,수교이후 최초의 답방임에도 3∼4시간 체류라는 기형적 방문이라는 점에서 실질대화 보다 외교상 의전에 치우칠 우려가 높다는 지적이 많다.<이종구기자>이종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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