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자민당 권력구조 조기개편 예고/일 지방선거의 파장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자민당 권력구조 조기개편 예고/일 지방선거의 파장

입력
1991.04.09 00:00
0 0

◎가이후도 뿌리째 “흔들”/당권등 싸고 혼란일듯/사회당도 참패… 지도부 개편론 대두7일 실시된 일본의 통일 지방선거에서 일본의 집권 자민당은 공전의 대승리를 거두었으면서도 오자와(소택일랑) 간사장의 사임으로 권력구조의 조기 개편이란 혼란에 직면했다.

이번 선거의 최대관심사였던 동경 도지사선거에서 자민당이 추천한 이소무라(기촌상덕·전 NHK특별주간) 후보가 현직 스즈키(영목준일·80) 후보에게 85만표 가까운 득표차로 참패한 때문이다.

전국 44개 도부현 의회선거에서 사상 3번째로 많은 의석을 차지한 자민당은 이기고도 진 형국이어서 초상집 같은 분위기이다. 그렇다고 야당측에 경사가 난것은 아니다. 오히려 제1 야당인 사회당에서도 서기장이 인책사임 의사를 표명,당 최고지도부의 개편론이 대두되고 있다.

8일 아침 개표가 시작된 동경 도지사선거의 결과는 개표 1시간도 채 못돼 스즈키 후보의 당선이 확실시될 만큼 일방적인 것이었다.

개표결과 득표상황은 스즈키 후보가 2백29만2천8백46표(전체유효표의 49.9%)를 얻어 이소무라 후보(1백43만7천2백33표)를 85만여표차로 눌러 첫 4선 동경도지사가 되었다.

일찌감치 대세가 결정되자 스즈키 후보의 4선 추천을 앞장서 반대하고 이소무라 후보옹립을 고집했던 오자와 간사장은 상오중 당 4역 회의에서 간사장직 사의를 표명한데 이어 당총재인 가이후(해부준수) 총리에게도 사의를 밝혔다.

오자와 간사장과 같은 배에 탄 운명인 가이후 총리는 『지방의회 선거에서 공전의 대승을 거두었으니 인책사임할 필요가 없다』고 간곡히 만류했으나 가네마루(김환신) 다케시타(죽하등) 등 막후 실력자들의 생각도 사의를 수용하는 쪽으로 기울어 가이후 총리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을수 없게된 것이다.

자민당 최대파벌인 다케시타파의 지지로 총리 및 총재자리를 유지하고 있는 가이후 총리에게 오자와 간사장의 사임은 기둥이 뿌리째 무너진 것과 다름없는 위기이다.

금년초 이같은 상황을 예측한 당권 경합자들이 「5월 정변설」을 퍼뜨리며 가을로 예정된 당대회 이전에 총재경선을 예측하고 나섰을 때 다케시타파의 내심은 가을까지는 현 체제를 유지한다는 것이었다.

오자와 간사장이 지난번 미국방문시에 이같은 방침을 공언했던 것도 자신과 가이후 총리의 퇴진을 원치않는다는 쐐기박기 작전이었다.

그러나 간사장이 물러난 것만으로 인책론이 가라앉을지 알수없는 일이어서 자민당의 집안사정은 한동안 소연할 것으로 보인다.

사회당의 사정도 마찬가지. 야마구치(산구) 서기장은 이번 지방의회 선거에서 역대최소의 의석수로 줄어든데다 동경 도지사 선거에서도 사회당 추천후보가 공산당 추천후보 보다 득표수가 적어 4위로 전락하자 간접적인 사의를 표했다.

『선거본부장으로서의 책임을 통감한다. 곧 전국서기장회의를 열어 겸허하게 의견을 듣겠다』는 그의 공식발언은 사의표명과 다름없는 것이어서 도이(토정다하자) 위원장의 책임문제로 비화할 것은 불을 보듯 명료하다.

동경 도시사선거에서 스즈키후보가 압승한 것은 자민당이 무리하게 말을 갈아치운데 대한 반발 때문이었다. 자민·공명·민사 3당 중앙본부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은 이소무라후보는 여론조사에서 처음부터 스즈키후보에 뒤졌지만 「1조엔 세금감면」 공약을 무기로 막판 뒤집기에 안간힘을 다했다.

그러나 「권력의 횡포가 너무 심하다」는 비난여론과,「80노인이 불쌍하다」는 스즈키 동정론을 제압하기엔 역부족이었다.

사회당이 지방의회선거 및 동경 도지사선거에서 참패한 것도 「큰 사건」으로 받아들여진다. 지난번 통일 지방선거에서 대승을 거둔데 이어 재작년 참의원 선거와 작년의 중의원선거에서 크게 세력을 확장했던 사회당은 이번 지방의회 선거에서 모두 98석을 잃어 창당이래 최소의석을 갖게 된데다,동경 도지사선거에서 조차 공산당 추천후보에게 지는 망신을 당했다.

그러나 보수계후보가 분열된 절호의 찬스를 맞아 보수계 후보득표의 10분의 1도 획득하지 못한 결과에 대해 많은 지식인들은 『일본국민의 「보수회귀」 및 안정추구 성향이 증명된 셈』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혁신계였던 미노베(미농부량길) 지사가 3기 연임했을 만큼 사회당 지지세력의 뿌리가 두터운 동경에서 그토록 참담한 결과가 나온것은 사회당 간부들 조차 놀라움을 표할 정도이다. 그렇다고 다른 야당들이 이긴것도 아니다. 공명·민사·공산당 등 모든 야당이 지난번 선거때보다 의석수가 줄어 들었다. 5개 야당이 합쳐 자민당에 1백61석을 늘려준 셈이다.

야당의 패인은 한마디로 국민대중에 어필하는 야당이 없기 때문이다. 사회·공산당 등 혁신세력의 퇴조는 소비세 문제같은 공격호재가 없었던데다 소련·동구 변혁의 영향으로 사회주의의 인기가 떨어졌음을 증명했다. 공명·민사당의 몰락은 정책부재 탓으로 분석된다. 결국 야당다운 야당의 부재는 「일당독재」라고까지 매도되는 자민당의 장기집권을 가능케하는 요인이라 할 것이다.<동경=문창재특파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