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유엔가입 신청 문제에 결말을 냈다. 이미 보도된 것처럼 우리 정부는 오는 9월 유엔총회가 개막되기 전에 가입 신청을 하겠다는 뜻을 안전보장이사회에 통고했다. 이로써 88년 서울 올림픽이후 제기된 우리의 가입 문제가 2년여만에 유엔에 올라가게 됐다. 우리의 유엔가입 문제가 2년여동안 제기만 되고 진전을 보지못한 것은 북한이 비현실적인 「단일의석 공동가입」을 고집했기 때문이다. 북한은 우리의 「남북 동시 가입」에 대해 상당히 심각한 위기의식을 갖고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김일성이 지난해 9월 극비로 중국을 방문했을 때에도 한소수교로 시작된 한반도의 국제정치 구조의 변화를 논의하는 가운데 유엔가입 문제가 중요한 의제로 올랐던 것으로 알려졌었다.이에앞서 중국도 89년 11월 한국의 단독가입에 거부권을 행사 하겠다는 입장을 외교부대변인이 밝힌일이 있었다.
그러나 북측이 동시 가입 반대의 이유로 내세우고 있는 소위「분단고착화」는 독일통일의 예로 봐서 이미 설 땅을 잃어버린 상태에 있다. 실질적으로 보더라도 남북한이 동시 수교하고 있는 나라가 80여개국에 이르고,유엔산하의 15개 특별기구에 동시 가입하고 있다. 북측이 동시 가입에 반대하는 최종적인 이유는 동시가입이 소위 「남조선해방」을 전제로 하는 일련의 통일정책이 와해되는 것을 뜻하기 때문 일것이다.
그러나 남북한 동시 가입은 「평화공존」을 국제사회에 다짐하는 것을 뜻한다. 북측이 평화를 반대하지 않는 이상 거부할 명분이 없는 것이다. 또한 한소수교이후 동북아의 국제 정치구조도 한반도에 있어서 「교차교류·교차승인」의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그동안 서울에 대해 정경분리 원칙을 고수해온 중국도 이제는 일본에 대해 북한과의 수교를 촉구하고 있다. 중국도 이제는 교차승인 정책을 공식화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의 유엔가입 신청은 사실상 최대의 걸림돌인 중국의 태도변화를 전제로 한다. 중국이 적어도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우리는 남북한 동시가입이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정치 구조를 평화와 안정으로 전환하는데 기여할 것으로 믿는다. 그런 뜻에서 북은 「단일의석 공동가입」이라는 우스꽝스런 주장을 포기하고 동시가입에 동참해야 할 것이다. 또한 최근 공식태도가 유동적인 듯한 소련이나 중국도 이미 표면화된 교차승인을 유엔 동시가입으로 매듭짓도록 적극적인 지지와 협력을 아끼지 말아야 할것이다. 유럽에서 냉전구조가 붕괴된 것처럼,동북아에서도 남북한이 국제사회에 평화공존을 행동으로 못박음으로써 냉전 청산에 진일보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