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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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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입력
1991.04.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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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도 하라/이어도 하라/이어도 하면 나 눈물난다』­제주도에 전해오는 민요다. 『이어도여/이어도여/이어도하면 나 눈물이 나네』하는 뜻이다. 이어도란 섬나라에 사는 제주도민의 꿈과 한이 담긴 전설의 섬이다. 배를 타고 가다보면 소용돌이에 휘말려 돌아올 수 없는 「연꽃 피는 저승」이니,유토피아이기도 하다. ◆율도라는 섬은 활빈당의 괴수 홍길동이 찾아간 유토피아다. 홍판서의 천첩몸에서 태어난 길동은 학식이 뛰어나고 비바람을 일으키고 둔갑술을 부릴줄 알았지만 서자라는 이유때문에 천대를 받아야 했다. 그는 의적괴수 노릇을 하다 형조판서로 등용됐지만 고국을 하직하고 중국으로 가다 율도에 당도해서 지상낙원을 세웠다. ◆제3차 국토종합개발계획으로부터 시작된 정부의 장미빛 중·장기계획 시리즈의 서울특별시판이 나왔다. 쓰레기소각장 10개를 만들고,제3기 지하철 1백22㎞를 건설하고,한강관리청을 만든다는게 골자다. 그중에 가위 「환상적인」 구상이 하나 더 들어있다. 모두 60㎞의 「지하고속도로」를 뚫는다는 계획이다. ◆지하고속도로란 총연장 60㎞의 자동차전용 지하도다. 땅위의 길마다 자동차로 꽉 찼으니 땅밑에 새로 고속도로를 뚫겠다는 얘기다. 땅위에 새로 길을 내자면 막대한 보상비가 들지만,땅속은 뚫는다면 보상비도 필요없다는 것이다. 그 옛날 이어도나 율도같은 꿈의 낙원이 지척에 있었던 셈이다. ◆그러나 공사비는 지하철에 맞먹고,땅위로 기어오르는 접속식 램프공사도 문제로 지적된다. 무엇보다도 자동차배기가스를 뿜어낼 거대한 굴뚝들이 있어야 한다. 이왕 환상적인 그림을 그릴 바에야 차라리 공중고속도로가 낫지 않을까? 또 길은 아무리 뚫어도 교통체증의 해결책은 못된다는 것을 알아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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