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지평선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지평선

입력
1991.04.07 00:00
0 0

아직 아침 저녁으론 차갑지만 계절은 이미 봄기운데로 성큼 다가섰다. 양지바른 언덕엔 개나리가 벌써 샛노란 꽃망울을 터뜨리고 담장밑 목련이 수줍은듯 순백의 꽃잎을 부풀렸다. 어느새 민들레와 지청개,그리고 토끼풀도 파릇한 잎새를 뽐내고 있다. ◆아무래도 봄의 화신은 샛노란 개나리와 더불어 온다. 봄의 첨병인 개나리가 황금빛으로 봄의 언덕을 물들여줄 즈음엔 연분홍빛 진달래가 회사하게 만산에 피어오를 것이다. 이어 목련과 애기씨꽃이 다투어 피어오르고 복숭아와 살구꽃이 삼천리 강산에 꽃대궐을 이뤄준다. ◆개나리는 서민들이 사랑하는 꽃이라서 좋다. 샛노란 개나리는 아무데서나 자라고 또 쉽게 가꿀수 있다. 꺾이고 또 짓밟혀도 다시 피어나는 왕성한 생명력이 우리의 민족성을 닮은 것 같아서 더욱 좋다. 봄의 낭만을 다른 꽃보다 한발 먼저 알려주는 개나리에서 약동하는 생명력과 포근한 희망을 느낀다. ◆우리 선조들은 개나리를 몹시 사랑했다. 우리의 민요 「꽃타령」에도 『철쭉꽃,복숭아꽃,애기씨꽃,이꽃 저꽃 다 버리고 개나리꽃 네로구나」라고 찬탄했다. 남이 알아주지 않아도 언제나 환한 웃음을 안겨주는 개나리야말로 우리 민족의 꽃이라고 호암 문일평은 칭송했다. 호암은 또 개나리(야백합화)의 「나리」가 일본으로 건너가서 백합꽃이란 뜻인 「유리」(백합)가 됐다고 풀이했다. 그럴듯하다. ◆우리는 수수하면서 화사한 개나리꽃을 사랑하던 옛사람들의 참뜻을 되새겨 봐야겠다. 생명의 희열을 느끼게하는 개나리꽃의 화신을 보면서 우리도 움츠려든 정치에 붐기운을 불어넣어 주어야겠다. 여야가 화무십일홍과 영고성쇄의 진리를 깨닫고 모름지기 위민정치를 펴줄 것을 기대해보는 것이 과욕일까.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