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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철언 사퇴와 여권 변화(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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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철언 사퇴와 여권 변화(사설)

입력
1991.04.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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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철언 체육청소년부 장관이 6일 민자당내 사조직인 월계수회와의 절연을 공식 선언했다.결별의 이유는 아직 구체적으로 밝혀지지 않고 있으나 일단 노태우대통령의 친인척 배제 의지와 연관성이 있는 것으로 추정될 수 있고,당내사 조직이 빚어내는 갖가지 부작용과 갈등에서 문책의 대상이 되지 않으려는 박장관 개인의 정치적 계산이 작용하지 않았을까 풀이된다.

정당안에 몇개의 계보가 존재하는 것은 한국의 정치여건으로 보아 있을 수 있는 일이며 더욱이나 근본이 다른 몇개 정당이 합당의 형식으로 당을 만들었을 경우 상당기간 동안 계파별 공동보조 행위가 지속될 수 밖에 없으리라는 것도 이해한다.

그러나 월계수회의 경우 단순한 계파조직의 범주를 넘어서서 어떤 목적의식적인 방향 설정아래 움직여왔던 것이 사실이고,그러한 움직임이 당내분파 작용과 결속을 해치는 결과로 이어졌던 것을 부인하기 어려울 것 같다. 세상이 다 알고 있듯이 월계수회는 지난번의 대통령선거에서 노태우씨를 지지하고 좋아하는 순수한 민간친목 단체로 출범한 조직체이다. 노씨를 당선시킨다는 특정목적으로 발족한 단체가 당초의 목적을 달성한 후에도 계속 조직으로 남아있기 위해서는 새로운 특정목적의 설정이 불가피해진다.

월계수회 자체는 공식적으로 새로운 특정목적을 앞세우거나 천명한 일이 없었지만 박장관이 핵이 된 월계수회가 차기대권에의 조직적 기반으로 활동하고 있는 것 같은 조짐과 노골화된 의사 및 행동을 노정시켜왔음은 누구의 눈에도 너무나 뚜렷했다고 할수 있다. 북방외교 문제가 한참 우리의 이목을 끌었을때 박씨가 김영삼씨를 의식한 도전적 발언을 서슴지 않았을 뿐더러 정무장관으로서 「내가 입을 열면 김영삼최고위원의 정치생명은 하루 아침에 끝난다」고 말해 물의를 빚은적도 있다. 박씨가 실세중의 실세라는 사실은 주위가 이미 인정해 오는 터이고 「떠오르는 태양」이라는 호칭을 듣는 위치로까지 부상되고 있음을 우리 모두가 알고 있다.

이러한 저간의 추세로 보아 그가 차기대권을 겨냥하고 있지않겠느냐는 추측은 쉽사리 나올수 있는 것이며 그것이 여당내의 풍파를 일으키는 요인으로 작용해온 것은 당연한 귀결이었다고 할만하다.

노대통령이 여당내에서 야기되고 있는 문제점을 보고받는 자리에서 『박장관과 월계수회가 대권도전 의지를 드러내는 등 많은 문제점이 있는 것으로 인식됐다. 앞으로 월계수회를 민자당의 공조직으로 흡수하는 방향으로 연구해 보라』는 뜻을 밝혔다는 소식은 노대통령의 판단으로 박씨와 월계수회의 활동이 민자당의 결속을 해칠 우려가 있다고 본것임에 틀림없다고 할 것이다.

권력을 등에업고 확장된 조직은 권력의 비호아래서만 강대해질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할때 권력이 대외적으로 지지를 포기한다면 조직자체가 약화될 수 밖에 없다고 보는 것이 상식이다. 따라서 노대통령의 의지가 월계수회와 권력개입,월계수회와 차기대권 겨냥과를 완전 분리한 상태에선 앞으로 여권내의 정치활동이 완연히 달라지게 되리라는 것을 예측할 수 있다. 정부·여당에 대한 국민의 불신도,야권 결속의 가능성 등을 고려에 두고 차기대권에 대비하는 민자당의 조속한 결속이 요청된다고 볼때 노대통령의 이번 결심이 무엇을 겨냥하고 있는지는 어렵지 않게 유도될 수 있다고 짐작된다. 우리는 박장관의 후퇴에 따른 여당내 세력재편과 정국의 금후 동향을 신중히 주시힐 필요가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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