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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라디바리우스 노인/이병일 편집부국장(메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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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라디바리우스 노인/이병일 편집부국장(메아리)

입력
1991.04.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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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수국가가 됐다. 보사부 발표에 따르면 우리국민의 평균 수명이 드디어 70을 넘어 70.8세가 됐다. 이젠 경제뿐만 아니라 평균수명에서도 선진국 문턱에 들어섰다.보사부의 연구팀은 우리나라가 고령화 사회에 들어섰을 뿐 아니라 현재와 같이 인구증가추세가 둔화되면 30년뒤엔 노동력 부족과 고령화 시대의 많은 문제점이 나타날 것이라고 걱정스런 예고까지 하고 있다.

성인이 나이를 먹어간다는 것은 젊음을 잃어간다는 것을 뜻한다. 그만큼 가능성이 줄어들었다고 할 것이다. 물론 세월이 흐를수록 좋아지는 것도 있다. 바이올린 위스키 등이다. 위스키는 「발렌타인 17년」 등이 표시에서 볼수있듯이 그 세월을 자랑한다. 원액을 오래 저장한 것일수록 값이 비싸다.

17세기께 만들어진 바이올린의 명품 스트라디바리우스는 그 세월만큼이나 성가가 높다. 그 신비한 음색은 연륜속에서 빛이 난다. 지금까지 수많은 명장들이 이 보다 뛰어난 바이올린을 만들려 했으나 모두 도로에 그쳤다. 스트라디바리우스의 신비한 음색은 아직도 베일에 싸여있다. 많은 설만 난무할 뿐이다.

한때는 표면에 바른 니스(VARNISH) 때문이란 설이 머리를 내밀었으나 뒷전으로 밀려났다. 그 뒤를 이은 것이 사용한 나무의 건조정도설이었다. 이마저 그 신빙성이 엷어졌다. 요즘은 목재 각부분에 사용한 아교설이 그럴듯한 주장을 담고 있다. 아교가 세월이 감에 따라 미세한 파편처럼 조각조각 갈라져 신비한 떨림소리를 낸다는 것이다. 현재 어느 것이 정답이라고 꼬집어 낼수는 없다. 다만 흘러간 세월과 관계가 있을 것으로 짐작하고 있을뿐이다.

인간은 스트라디바리우스와 다른데 문제가 있다. 인간의 몸세포는 약 60조개쯤으로 계산된다. 성인의 뇌세포는 하루에 10만개가 죽어간다. 40세를 넘은 사람이 『요즘 기억력이 나빠졌어』 하는 것도 다 이 때문이다.

이처럼 인간은 일단 젊음의 고비를 넘으면 머리만 해도 하루에 세포 10만개쯤의 가능성이 줄어든다고 말할 수 있다. 인간이 일반동물과 다른 것은 한정된 「생」이라는 과정을 살면서 많은 것을 할수 있는 가능성,즉 선택의 폭을 지녔다는 점이다.

교육만 해도 그 폭이 다양하기만 하다. 동물의 교육은 먹고사는 생존의 교육에 그치지만 인간은 초·중·고·대학교육 등을 다양하게 받을 수 있다. 능력이 있고 의욕이 있는 사람은 갖가지 도전과 선택을 다해볼수 있다. 이 「가능성」의 폭을 능력에 따라 좁히고 넓힐수 있고 그에 따라 소중한 경험을 쌓을수 있다는 것이 인간의 자랑이다.

보사부는 우리나라의 노동인구의 부양비(생산활동인구대비 노년인구비율)가 85년의 6.5%에서 2085년엔 56.6%가 될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것은 출산율의 저하로 유년인구가 줄어드는 대신 평균수명의 증가로 노인인구가 늘어난다는 것을 의미한다. 2000년대부터는 노인문제가 국가적인 문제가 될 날이 눈앞에 와있다.

이러한 사회가 되면 노인의 사회적 지위가 피곤해질 것이 뻔하다. 그러한 시대를 지혜롭게 준비한다는 의미에서라도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점점 좁아져가는 가능성의 폭을 최대한으로 활용,소중한 경험을 하나라도 더 쌓아야 한다.

사회가 필요한 수많은 경험으로 무장해 니스나 아교 목재의 건조정도 때문인지는 몰라도 세월이 흐를수록 신비한 소리를 내는 스트라디바리우스같은 노인이 되어야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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