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물외유의원들에 대한 첫 공판을 놓고 시중에 화제가 소연하다. 「뇌물이다」 「관행이다」는 두 상반된 주장에 대한 법률적 판단도 관심거리이려니와 법정에선 세 의원피고인들의 자못 당당하고 뻔뻔스런 법정태도 때문이라고 한다.법의 정신은 만인이 법앞에서 평등하고,어떤 피고인도 유죄가 확정되기 전에는 무죄로 추정됨을 우리는 알고 있다. 또 피고인이란 국가소추권을 가진 검사와 공격에 스스로 방어하는 법적지위를 지님을 인정한다. 재판결과도 그런 엄격한 법적 기준에서 사법부에 의해 내려질 것임도 자명하다.
그러나 지금당장 국민적 관심은 그런 사법적 차원의 것이 아니다. 엊그제의 그 첫 공판이 지닌 도덕적·정치적·시대적 의미를 공판정에선 세 피고인은 과연 깨닫고나 있는지에 쏠리고 있는 것이다. 그런 뜻에서 헤아려 보면 실망이 앞을 가림을 인정하지 않을 수가 없다.
피고인들은 첫 공판에서 검사에게 『국회에 대해 잘모르는 사람이 엉뚱한 질문만 한다』 『상식적인 것도 모르는 검사는 문제가 많다』고 몰아 세웠다고 한다. 또 『당신네 법무부 장관에게 해외여행판공비 예우수순을 물어보라』 『자동차협회이익이 나라이익이 될 수도 있다』 『우리만 이 자리에 선 것은 모종의 정치적 음모가 숨어있는 것』이라고 당당하게 분통을 터뜨렸다는 것이다.
이같은 피고인들의 안이하고 방자한 사태인식은 확실히 국민들의 생각과는 너무 거리가 멀다. 지금 국민들은 국회의원들이 제할일을 못하고 있다고 보고있고,파쟁과 업계유착으로 부패한 정치권이 국민적 신뢰를 잃어 혐오의 대상이 될 형국에 놓여있고,우리 지도층이 국민적 모범을 보여줘야 할 도덕적 의무를 가볍게 저버리고 있는게 아닌가하는 심각한 의문과 불신에 휩싸여 있는 것이다.
그 때문에 의원뇌물외유 사건이 터졌을때 국민들은 분노했고,국민적 지탄과 만류에도 불구하고 동부인해 외유를 즐긴끝에 드디어 공판정에 서기에 이른 세 의원들의 자세를 주목했던 터였다. 그리고 세의원들이 다른의원이나 정치권의 관행에 비추어 형평상 섭섭한 구석이 있다고 생각할 망정 자신들이 짊어져야할 속죄의 의미를 깨달아 겸허하게 뉘우치는 자세를 보여줄 것을 내심 고대했던 것이다. 그런 기대가 실망으로 바뀌었으니 화제가 소연할 수밖에 없고,앞으로 어떤 부작용과 불신으로 번질지마저 걱정된다 하겠다.
우리 정치권도 이번 공판이 세의원에 국환된 것으로 가볍게 보아서는 안될 것이다. 피고인은 셋뿐이지만 정치권 전체가 같은 단죄의 자리에 서게됐음을 깊이 깨달아 국민적 실망을 희망과 신뢰로 되돌리기 위해 뼈를 깎는 반성과 자정의 노력을 기울여야 마땅할 것이다. 자성이 안보이는 뇌물외유 법정은 우리를 우울케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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