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제재 계속등 미 원안 유지/후세인 건재로 국민들만 고통유엔안보린는 3일 34개조로 된 장문의 걸프전 휴전결의안을 찬성 12,반대1(쿠바),기권 2의 압도적 다수로 통과시킴으로써 미국의 대이라크 전후처리안을 지지했다.
미국의 원안이 거의 수정없이 통과된 이 결의안은 유엔 특별위 감시아래 이라크내의 화학무기,핵무기,1백50㎞ 이상 공격거리의 모든 미사일무기 체제를 철저히 파괴할 것과 이라크 석유수입의 일부를 차압해 대쿠웨이트 전쟁보상에 쓸것,그리고 상당기간 동안 일부조치를 제외한 현행 대이라크 경제제재 조치를 계속할 것 등 유엔 역사상 가장 가혹한 집단제재 조치를 내용으로 하고 있다.
토머스·피커링 주유엔 미대사는 결의안 통과직후 『이 결의안은 이라크가 그동안 저지른 가혹행위에 미뤄 볼때 오히려 공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라크가 이 엄청난 제재조치를 받아들일지,그리고 받아들인다 하더라도 결의안을 구체적으로 유엔이 어떻게 이행해 갈 지는 아직 분명하지 않다.
미국무부는 만일 이라크에 후세인 아닌 새정부가 들어선다면 미국의 입장은 바뀔수 있다고 말했다.
사담·후세인이 독재력을 상실할 기미는 아직없다. 결국 지난 23년간 독재에 시달려온 쿠르드족 시아파 일반인 등 이라크 국민들만 이번 유엔 결의안으로 더욱 곤경에 처해질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미국의 대이라크 국내정책 문제는 다분히 2중성을 띠어왔다.
부시대통령은 걸프전을 말할때마다 『이 전쟁은 이라크국민을 상대로 하는 것이 아니며,사담·후세인과 그 정권을 상대로 하는 것』이라는 말을 빈번히 해왔다.
그러나 전후처리 과정에서는 이런 사담·후세인과 이라크국민의 분리개념이 전혀 적용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전쟁중 미국은 이라크인들에게 사담·후세인에 대한 반기를 들도록 고무했다.
실제 이라크내에 침투한 미특공대들은 쿠르드족 시아파 반후세인 인사들의 많은 협력을 받았으며,따라서 이들 반후세인 세력들은 미국이 당연히 그들의 봉기를 지원해 줄 것으로 믿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이라크에서 살아 남은자는 바로 사담·후세인이며 죽은자는 무고한 이라크인들,특히 미국의 지원을 믿고 후세인정부에 반기를 들었던 남부시아파 들과 북부 쿠르드족들이다.
후세인의 정예 공화국수비대는 무장헬리콥터와 탱크를 동원해 반후세인 봉기지역을 사정없이 짓밟았다.
북부 쿠르드족 지역의 경우 총을 든 군대만 파괴하는 것이 아니고 모든 쿠르드족 마을을 탱크로 밀어 주민을 눈덮인 터키국경의 험한 산악지대로 몰아내 버렸다.
반후세인 운동에 가담됐던 북부의 키르쿠크,남부의 바스라 등 지방도시는 물론 수도 바그다드의 주민역시 엄청난 전쟁의 피해를 당했다.
지금 전쟁복구사업을 당장 실시하더라도 걸프전 이전의 전기 수도 도로 통신 등의 사회간접자본 수준을 회복하려면 30년은 더 걸릴 것이라는 평가가 나와있다.
유엔 결의안대로라면 여전히 일부를 제외하고는 경제제재 조치는 풀리지 않을 것이며 가뜩이나 줄어든 석유수입은 국민수요를 충족시키기에는 너무 부족한 상태가 됐다.
부시대통령은 3일 기자회견에서 『잔인하게 죽은 무고한 사람들에 대해 좌절감과 슬픔을 느낀다. 그러나 우리는 거기에 개입하지 않을 것이다. 그것은 우리의 목적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이라크군대가 후세인 문제를 해결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까지 이라크인 스스로 이 「무뢰한」을 처치하라고 주장해 왔는데 이날은 군이 이 일을 해야한다고 범위를 좁혀 말했다.
그러나 후세인 독재의 속성으로 봐 지난 68년이래 끊임없이 독재에 길들여진 군이나 긴 독재기간 동안 연약해진 이라크 국민의 제2의 느부갓네살로 자처하는 이 독재자를 처치할 수 있기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후세인은 패전과 내분으로부터 다같이 살아 남았다.
부시대통령이 말한 『히틀러의 최후』나 『2차대전후의 전범재판』은 후세인에 일어나지 않았다.
이에따라 가혹한 유엔결의안은 결국 이라크 국민들만 더욱더 곤경에 몰아넣을 위험성이 크게 된 셈이다.<워싱턴=정일화특파원>워싱턴=정일화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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