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운전사 양영복씨(39·경기 양주군 주내면 마전리 453)는 지난 2일 고아원을 뛰쳐나온 어린이를 되돌려 보내느라 사납금을 채우지 못했다.얇은 티셔츠 차림인채 허기진 배를 움켜쥐고 헤매던 김용학군(12)을 발견한 것은 2일 0시30분께 종로2가 낙원상가 앞길에서 였다.
앞에 정차한 개인택시의 운전사가 김군을 내리게 하는 것을 본 양씨가 차에서 내려 다가가자 김군은 『형들이 자꾸때려 고아원에서 나왔다』며 『전에 살던 서초동 교대앞 동네에 가고싶다』고 울먹였다.
양씨는 김군을 가게로 데려가 우유와 빵 과자 등을 사먹이며 자초지종을 물어보았다. 김군은 부모가 모두 사고로 숨진뒤 88년 8월 적십자사 미아보호소를 거쳐 마리아수녀회가 운영하는 은평구 응암동 42 「소년의 집」에서 살아온 이야기를 털어 놓았다.
김군을 위해 교대부근을 30여분간 헤맸던 양씨는 김군을 달래 서초경찰서 소년계로 데려갔다. 경찰은 날이 밝은뒤 구청을 거쳐되 돌려보내 겠다고 말했지만 양씨는 마음이 놓이지 않아 「소년의 집」으로 직접 데려다 주었다.
주소를 물어 응암동을 1시간 이상 뒤졌으나 「소년의 집」을 찾지 못했고 역촌파출소 서부경찰서 등을 거쳐 응북파출소에서 4번째 똑같은 사정을 되풀이 이야기 한끝에 경찰관이 그려준 약도를 보고 겨우 「소련의 집」을 찾아갔다.
5시가 넘어서야 귀사한 양씨는 사납금 8만2천원을 채우지 못했으나 『아저씨를 따라가게 해달라』며 울먹이다 힘없이 돌아서던 김군의 뒷모습만 자꾸 생각났다.
월수입 50만원으로 단칸세방에서 4명이 사는 양씨는 부인과 함께 매달 한번씩이라도 찾아가겠다고 결심했지만 밤새 길거리를 헤매는 어린이를 모른 척하는 사람들이 안타깝더라고 말했다.<이재렬기자>이재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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