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 “통일에 대한 공격”맹비난… 여론유도/야당선 공세자제… 노조 월요시위도 중단1일 발생한 독일신탁관리공사(트로이한트)의 데틀레프·가르스텐·로베더 총재 암살테러 사건은 동독경제 체제전환 과정의 진통을 극명하게 부각시켰다.
그러나 이 사건은 아이로니컬하게도 진통완화에 긍정적인 방향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독일언론들은 이 사건을 「독일 통일 노력에 대한 공격」으로,로베더 총재를 「독일을 위한 희생자」로 규정하고 있다.
이같은 언론의 반응은 이 사건이 동독경제 재건과 「경제적 통일」의 절박함을 새삼 인식시켜 국민적 지지를 동원하는데 오히려 유리한 계기가 될 것임을 예상케 한다. 사건직후 라이프치히 「월요시위」를 주도해온 독일 철강노조가 『폭력사태 야기의 우려가 있다』며 월요시위조직을 중단하겠다고 선언한 것이 이같은 분위기를 대표한다.
언론들이 「독일사회에 대한 가장 충격적 테러」로 표현하고 있는 이 사건은 현재 독일 극좌파 테러조직 적군파(RAF)의 소행으로 확인되고 있다. 현장 주변에서 75년 스톡홀름 주재 서독 대사관 테러 당시 사살했던 적군파 리더 울리히·베젤의 이름을 딴 「울리히·베젤 특공대」명의의 유임물이 발견했다.
「자본주의 타도」와 「제국주의적 거대독일 저지」를 표방해온 RAF는 이번 범행으로 경제체제 전환 작업에 따른 동독의 「위기상황」을 극적으로 부각시키려 시도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로베더 총재는 동독 경제체제의 자본주의로의 전환작업의 상징적 인물이었고 트로이한트는 동독의 불만세력들로부터 「도살장」으로 비판돼 왔기 때문이다.
동독 8천여 기업의 청산 및 민영화 작업을 맡고 있는 트로이한트는 청산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발생할 수 밖에 없는 대량 실업사태와 관련,동독 실업자들에게는 원성의 표적이 됐었다. 이런 배경에서 로베더총재는 RAF의 「절묘한 테레대상」이 됐을 것으로 풀이된다.
또 이번 테레가 몰고온 충격파도 엄청난 것이 사실이다. 프랑크푸르터 알게마이네지는 『이번 사건의 충격은 독일 국민들에게 국가적 위기 상황이란 인식을 안겨줄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이 신문을 포함한 독일언론들은 이같은 일종의 「패닉」반응에 대한 경고와 함께 『이사건은 동독 경제전환 과정에 대한 평가에 보다 진지하고 신중해야할 당위성과 계기를 제공했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이는 동독의 경제붕괴를 「위기상황」으로 몰고가 동독인들의 불만과 좌절을 부채질하는 것은 결국 RAF 가 노린 테러 효과에 말려 들어가는 셈이란 지적이다.
진보적 신문인 타게스 슈피겔도 이 사건을 「독일 통일 과정에 대한 공격」이라고 규정하면서,『동독지역의 불안을 악화시키고,동독주민들의 곤경을 정치적으로 이용해서는 안된다』고 경고하고 있다.
이 사건이 언론의 요구대로 동독재건 작업의 국가적 중요성과 「연대책임」에 대한 인식을 오히려 확대시키는 긍정적 계기로 작용할것이란 예상은 당장 현실화하고 있다. 라이프치히 「월요시위」등 동독주민들의 항위 시위를 주도해온 독일철강 노조는 2일 『시위는 동독문제 부각에 적절한 방법이 못된다』며 『폭력사태우려가 있는 시위를 중단하겠다』고 발표했다.
동독 시위를 정치공세에 이용해온 전동독 공산당 후신 민사당과 제1야당 사민당 등도 체제전복 세력의 테러사건이 몰고온 충격파 속에 공세를 자제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베를린=강병태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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