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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 시장경제 전환 “가시밭길”/어제부터 물가인상 조치 단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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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 시장경제 전환 “가시밭길”/어제부터 물가인상 조치 단행

입력
1991.04.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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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재기등에 공황상태/생산율 하락등 악재도/급진파 “빈곤의 악순환만 초래” 비판소련전역은 2일부터 실시된 연방정부의 혁명적인 물가인상 조치로 물자부족 및 사재기현상 등과 불안심리까지 겹쳐 일대 공황상태에 빠지고 있다.

소련연방정부는 지난달 19일 고르바초프 대통령의 포고령에 따라 30여년만에 소매물가를 평균 60∼3백% 인상한다는 발표를 한 바있다.

이 조치에 따라 고기 우유 빵 등 기본식료품은 평균 60∼3백%,전기제품 목재건설자재 등은 2백50∼1천%로 인상되는 등 전체상품중 55%가 가격이 인상됐다.

또 냉장고 세탁기 진공청소기 등 약 30%의 품목은 공급자와 소매상점이 협의해 결정하는 「계약가격」에 의해 판매되도록 하는 한편 나머지 15%는 가격상한가를 두도록 했다.

이같은 물가인상 조치는 정부의 재정적자로 인해 생산농민과 기업 등에 지급해 오던 정부의 보조금을 더이상 감당할 수 없었기 때문에 나온 것이다.

지난해의 경우 소련의 재정적자는 5천2백8억루블(9백30억달러)로 이중 생산자에 지급하는 정부보조금이 차지하는 비율은 58%인 3천24억루블(5백40억달러)에 달했다.

사회주의 경제체제인 소련은 그동안 정부의 정책목표에 따라 생산비용에 관계없이 소매가격이 책정됐으며 품목에 따라서는 생산가가 소매가보다 훨씬 높은데도 불구,저물가 정책으로 생산자가 엄청난 손실을 봤으며 이를 정부가 국가예산에서 보전해 주었다.

그러나 보조금 지급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소비재는 생산에서 이윤을 남기지 못했으며 이는 생산의욕 감퇴 및 생산감소 현상을 빚었다. 예를 들어 TV 세탁기 등은 소매가가 생산가보다 40∼%80가 싸고,농민은 가축에 사료를 먹이기보다는 빵을 사먹이는 것이 비용이 덜든다는 아이러니컬한 상황이었다.

따라서 올해 정부보조금 지출은 약 8백40억∼9백억달러가 예상되는데다 외화수입마저 감소추세를 보이고 있어 소련 정부로서는 가격인상을 단행,소매가를 생산원가와 비슷하게 만드는 시장원리를 도입할 수 밖에 없는 실정이 됐다.

비아체슬라프·센차코프 소련국가 가격위원장은 이번 가격인상 조치로 약 3천1백20억루블의 수입이 있을 것으로 예상하면서 이중 85%인 2천6백50억루블을 각 공화국기업 농장 등에 돌려 임금인상 연금복리 후생비 등의 형태로 지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를 위해 지난달 20일부터 소매물가 인상에 대한 충격을 완화하는 한편 노동자들에게 월평균 임금(2백80루블)의 21%에 해당하는 60루블을 매월 추가지원하고,연금수혜자 등에게도 별도의 교부금을 지급하며 은행예금을 40% 자동증액해주는 조치를 취했다.

이른바 「파블로프플랜」이라고 불리는 이번 조치는 일단 지난 60년대 중반이후 처음으로 물가를 인상했다는 점과 그 폭과 범위에서 엄청난 파급현상이 벌어질 수밖에 없는 것 등을 감안할 때 「혁명적」 사태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파블로프 총리는 이번 가격인상 조치를 단행하면서 물가인상 이전부터 사재기현상 등 부정적인 요소를 없애기 위해 임금인상 등을 했으나 이미 국영상점에는 물자가 동난지 오래다.

파블로프 총리는 『이번의 가격개혁 조치가 없이는 시장경제로의 전환이 어렵다』고 국민의 지지를 호소하고 있으나 국민들은 『1일은 만우절이라 웃었지만 2일은 눈물만이 나올 뿐』이라고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소련내의 급직파 경제학자들도 수요와 공급의 원칙이라기보다 단순한 물가인상과 이를 보전하기 위한 임금인상 조치는 결국 「빈곤의 악순환」만 초래한다고 비판하고 있다.

샤탈린의 「5백일 경제개혁안」을 가장 반대했던 파블로프 총리는 이같은 비판에도 불구,지난 1월 50루블과 1백루불짜리 고액권의 유통금지 조치를 취했으며 이번 조치에 이어 루블화의 일부 태환화 및 반독점법의 도입 등 시장경제로의 추가개혁 조치를 구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파블로프 총리가 재무장관시절 화폐를 마구 발행해 통화증발 및 인플레를 유발시켰던 장본인이었다는 점과 올들어 생산율이 50% 이하로 떨어지고 석유수출 부진 등으로 국제수지 적자가 1백10억달러로 예상되는 등 각종 악재가 도사리고 있어 소련인들에게는 4월이 「가장 잔인한 달」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이장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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