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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스크바 사재기 현장/최승우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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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스크바 사재기 현장/최승우특파원

입력
1991.04.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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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선 시민들 “비싸다” 연발 빈손 귀가/“국영상점 물건 빼돌린다” 정부 맹비난도민족분규로 몸살을 앓고 있는 소련이 최근 혁명적인 물가인상 조치를 단행,사회주의 가격체계에 길들여져 온 국민들이 불안에 빠져있는 등 볼셰비키혁명 이래 최대의 경제적 혼란에 직면해 있다.

지난 2일 단행된 물가인상으로 극심한 경제난에 처해있는 소련의 모습을 본보 뉴욕지사의 최승우기자가 모스크바 현지에서 생생하게 전해왔다.<편집자주>

○…2일자로 단행된 소련의 대대적인 물가인상 조치에 대부분의 국민들은 예고됐던 일이라 크게 놀라지는 않았으나 앞으로 어떤 후속조치가 이뤄질까 매우 불안해 하는 모습.

평소보다 많은 인파가 몰린 모스크바시의 자유시장에서는 이미 지난 1일부터 2백∼3백% 인상된 값으로 상품을 팔고 있었으며 시민들은 소련말로 비싸다는 뜻의 「도라가 도라가」를 연발하며 아무물건도 사지못한채 빈손으로 귀가하기도.

집에서 키운 돼지를 팔고 있는 유리·이바토프양(21)은 『돼지고기가 오늘 1㎏당 50루블에 판매되고 있다』며 『3개월전에는 10루블,6개월전에는 5루블에 팔았다』고 밝히면서 『하루가 다르게 물가가 변하고 있다』고 한숨.

○…한국에서 사업차 지난달 말 모스크바에 왔다는 정현씨는 『가격이 오르자 소련측에서 갑자기 한국에서 이미 합의를 본 가격을 올려 버려 상담에 차질을 빚게 됐다』고 불평했다.

세계각국의 비즈니스맨들이 많이 숙박하는 코스모스호텔에는 많은 외국인들이 인상된 가격과 물건값 등에서 차이가 나자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으며 혼란스런 모습.

○…모스크바 시내의 국영 상점에서는 줄서는 모습이 거의 없었으며 간혹 줄을 서는 곳에서도 물건이 없어 자기 차례가 되더라도 물건을 못산채 발걸음을 돌리고 있었다.

이바노프·와시리씨(37)는 『정부가 오른 값에 물건을 팔기 위해 일찌감치 물건을 딴 곳에 숨겨 놓았다』며 『가끔씩 굶어 죽지 않도록 물건을 내놓고 팔 뿐』이라고 정부를 맹렬히 비판.

○…밀가루 고기 빵 등 주식류는 3개월전까지는 줄을 서지 않아도 쉽게 구입할 수 있었으나 1개월전부터는 줄을 서야 살 수 있을 정도로 그동안 사재기 현상이 극심하게 일어난 듯한 인상을 풍겼다.

생필품 값은 밀가루가 ㎏당 46코펙에서 1루블20코펙으로,버터는 3루블60코펙에서 8∼16루블로 인상되는 등 최소 3∼4배로 값이 뛰었다.

여자 파마값은 15루블에서 50루블로 인상됐으며 커피는 35루블 상당으로 구입조차 어려운 실정.

○…소련과 북한이 합작으로 운영하는 모스크바 평양식당은 지난달 29일까지는 1인분 식사에 70코펙을 받았으나 지난달 30일부터는 1루블80코펙으로 인상.

종업원 이용철씨는 『관세가 1천%씩 올라 북한제술은 수입이 어려워지고 있다』며 『전체적으로 상당수준 값이 올랐다』고 밝히기도.

○…지난 1일자로 외국을 여행하려는 소련관광객은 1달러당 27루블로 환율을 적용하게 돼 가뜩이나 외국여행이 어려운 소련국민들의 외국행은 꿈에서나 갈 수 있게 될 정도로 악화됐다.

현재 소련 노동자들의 평균 월급이 약 2백80루블인 점을 감안하면 소련의 해외여행자는 한달 월급을 몽땅 환전해도 겨우 10달러정도 밖에 안되는 셈인데 이번 환율인상 조치는 암시장의 달러교환가치와 비슷한 비율이다.

고스방크(소련중앙은행)는 또 1인당 외화소지도 2백달러로 제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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