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재벌은 공룡인가. 문어발식 경영에 대한 여론의 신랄한 비판에도 불구하고 재벌기업들의 문어발은 증식일로에 있다. 물불을 가리지않는 이들의 수평적 확산이 저지되지 않는다면 사회가 이들의 문어발에 휘감겨 포로가될 위험성마저있다. 6공이후 신문의 발행허가기준이 대폭 완화된뒤에 나타난 현상이기는 하지만 재벌들의 신문 등 인쇄매체에 대한 식욕은 식을 줄 모른다. 역으로 시간이 흐를수록 왕성해지는 것같다. 잘못하면 재벌기업들이 경쟁적으로 언론매체를 갖추려고 나서는 사태가 오지않을까 우려된다. 재벌기업들이 언론에 구미를 당기고 있거나 이미 언론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것은 나름대로의 명분을 내세우고 있다.동업자의 일원으로서 그 공과에 대해서는 언급을 유보한다. 그러나 통념적으로는 「그룹의 이익보호」와 「영향력 증대」라는데 현실적 목적이 있는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신문발행 자유화이후 지난 2년6개월 남짓한 사이에 재벌그룹이 창·복간 또는 인수한 일간신문은 경향신문(한국화약그룹) 중앙경제(삼성그룹) 세계일보(통일그룹) 내외경제 및 코리아 헤럴드(대농) 등 서울지역 5개와 부산의 국제신문(롯데) 부산매일(대우) 및 대구의 영남일보(갑을그룹) 등 모두 8개에 이른다. 여기에 이어 장상급의 재벌기업인 현대그룹이 현대문화신문을 신설,연내 창간을 목표로 착착 작업을 진척시키고 있다. 현대그룹은 한국경제의 대주주이기도 하다.
우리나라 재벌의 신문창간은 삼성그룹의 중앙일보(65년9월)가 처음인 셈으로 현재 재벌기업이 소유한 일간지는 10개다. 재벌기업들이 이처럼 신문사업에 대거 참여하고 있는 것은 자본주의·자유민주주의를 채택하고 있는 손꼽을 만한 나라중에서는 우리나라뿐 인듯하다. 소위 「언론의 왕국」이라고 하는 미국에서도 재벌은 언론사업에 참여치 않고 있다. 뉴욕 타임스지,워싱턴 포스트지,로스앤젤레스 타임스지 등 미 3대 신문을 비롯한 대다수 신문들이 가족경영 중심의 사기업이던가 아니면 신문체인에 의해 경영된다. ABC,NBC,CBS,CNN 등 4대 텔레비전방송도 재벌이 소유가 아니다. 재벌이 언론이 영역을 넘보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로 언론기관들이 다른사업에 손을 뻗치지 않는다.
뉴욕 타임스지 등 대신문사들은 펄프용지의 공급원으로 삼림을 매입,보유하고 있거나 다른도시의 방송매체를 확보하고 있는 것이 그들 영역이 전부다. 모두가 여론의 압력이나 법률에 의해서 타영역을 침범하지 않는다. 가네트같은 대신문체인은 지방도시의 신문들을 1백개 이상 소유하고 있으나 타업종에 진출치 않는다. 일본에서도 재벌들이 신문·방송 등 언론에 손을 대지않고 있다. 영·불 등 EC(구공시) 주력국들은 텔레비전방송을 공영으로 해왔고 근년에야 민영을 허용했다.
선진국들은 사회의 공기로서 언론이 갖고있는 막강한 영향력을 감안,재벌기업들의 언론진출을 제도나 관행으로 막고 있다. 민주주의체제가 올바르게 기능을 발휘하려면 공동체를 구성하고 있는 이익집단사이에 「견제와 균형」이 이뤄져야 한다.
우리는 금권의 압력못지않게 금권의 지배를 경계한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