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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쌀」이 된 조위금(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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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쌀」이 된 조위금(사설)

입력
1991.04.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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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에 타계한 정신병학계의 원로이며 문필가였던 고 최신해박사의 유족들이 조위금 3천만원 전액을 「사랑의 쌀」 성금으로 기탁한 사실을 앞에놓고 우리는 잠시 깊은 생각에 빠진다. 장성한 자녀들이 모두 사회적으로 성공했고 한국사회 기준으로 적지않은 유산도 남겼을 터이고보면 있을수 있는 일이라고 평가에 인색한 시각도 더러 있을 것이다. 그러나 따지고보면 그 의의가 간단치는 않다.평생 스스로는 검소한 생활을 하면서 가난하고 병든사람을 도와왔던 고인의 뜻을 사후에까지 이어간 유족들의 효심이 각별하다.

점차 핵가족화하고 서구식 실용주의에 물들어 장례식을 세대교체의 계기로 인식하는 경향인 단절의 시대에 사는 신세대에게 유족들의 이같은 결정은 한국고유의 끈끈한 정의 표지를 일깨워준 모델로서,훈훈한 교훈이 되리라고 믿는다. 최씨 가문의 이 일은 사회성 또한 가볍지 않다. 어떻게 해서든지 목돈을 벌어보려는 투기·배금주의의 사회에서 남을 위해 목돈을 양보,희사하는 일은 말처럼 쉬운일은 아니다. 사리사욕과 당리당략으로 정치 지도자들을 포함한 사회지도층의 공인의식이 도전받는 세태속에서 이 일을 통해 반성하는 기회를 가진사람도 적지않았으리라고 본다. 유족들의 결단으로 1천여명의 조객들이 누군지도 모를 수천,수만의 배고픈 동포를 도울수 있었으니 적선의 익명성에서도 성공하고 있다고 할수 있는 것이다.

최씨 일가의 성금을 접수한 사랑의 쌀 나누기가 2차 운동에 들어선것은 지난달 11일 부터였다. 지난 1년간 1차 운동을 펴온 사랑의 쌀은 20여만명이 넘는 내외국민들이 참가해 26억여원을 모금하는 기록을 낳았고,이 성금으로 구입한 사랑의 쌀은 우리사회의 불우이웃은 물론 북한동포들에까지 나눠졌으며 방글라데시 필리핀 캄푸치아 인도 몽골 등 이웃 5개국에도 보내져 한국국민의 박애정신을 널리 선양한바 있다. 세계최대의 수출국으로 번돈을 주체하지 못하고 있는 이웃 일본사회의 어느단체도 생각해내지 못한일을 우리사회가 해낼수 있었다는 것은 이웃간의 사랑,이웃나라간의 선린,역내의 화평을 몸소 실천하는 민족적 자긍심을 높인것이라해서 과장은 아니리라.

더구나 복지정책이 잘된 부자의 나라 미국에서도 12세 이하 어린이 4천2백만명중 12.8%인 5백50만명이 영양실조에 허덕이고 있어 의회가 비상에 걸려있다는 외신의 보도이고 보면,없는 살림에서나마 배고픈 이웃문제를 민간차원에서 해결해 보려는 우리의 노력은 우리가 덜 병들고 더 건강하다는 것을 세계에 과시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사랑의 쌀 나누기운동은 즉흥적으로 진행되고 일과성으로 끝나면 의미가 없다. 2차 운동의 목표는 북한동포에게 더많은 동포애를 보내려는데 있다. 더많은 국민이 사랑의 쌀 나누기에 동참할 것을 간곡하게 권해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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