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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대도시 백인들 「소수인종」 전락(세계의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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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대도시 백인들 「소수인종」 전락(세계의 창)

입력
1991.04.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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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인·스페인­아시아계등 유색인에 밀려/낮은 출산률·주거환경 교외 이전등 원인미국 대도시에서 백인이 갈수록 소수인종으로 전락하고 있다.

미국의 최대도시로 미국의 상징인 「자유의 여신상」이 서있는 뉴욕시에서도 백인이 소수인종으로 전락하고 있다. 신천지를 찾아 대서양을 건너온 유럽계 백인 이민들의 첫 관문이자 삶의 터전이었던 뉴욕시는 지난 80년 조사때만해도 백인이 전체인구의 절반이 넘는 52.4%를 차지하고 있었다. 그러나 90년 인구조사결과 백인이 총인구 7백32만2천5백64명중 43.2%인 3백16만3천1백25명으로 집계돼 소수인종으로 밀려난 것이다.

뉴욕시를 제외한 로스앤젤레스·샌프란시스코·디트로이트 등 대부분 미국의 대도시는 흑인·스페인계·아시아계 등 소위 유색인종이 인구의 과반을 넘어선 지 오래다.

LA의 경우 90년 인구조사에서 스페인계가 전체인구의 39.9%를 차지,가장 많았으며 백인은 37.3%,흑인과 아시아계가 같은 수준인 13%를 기록했다. 샌프란시스코의 경우는 백인 46.6%,아시아계 28.4% 스페인계 13.9% 순이었고 디트로이트·뉴욕 등 공업도시에서는 흑인이 최다인종으로 자리잡고 있다.

뉴욕시의 인구분포도는 샌프란시스코 등의 형태를 보이고 있다. 비록 비율은 줄었지만 여전히 백인이 최다인종을 지키고 있는 반면 카리브연안 및 중남미국가에서 유입한 스페인계가 80년도 19.9%에서 10년사이 24.5%로 괄목할 증가를 보였다. 흑인은 같은기간 24%에서 1.2% 증가한 25.2%를 점하고 있을뿐이다. 아시아계의 진출도 두드러져 그간 두배에 가까운 신장폭을 기록하며 뉴욕시 인구의 6.7%를 차지하고 있다.

90년 인구조사는 비록 개인권불침해·처벌불가 등을 전제로 전국적으로 실시됐지만 대부분이 유색인종인 뉴욕시내 수십만명의 불법체류자가 조사를 회피해 실질적으로 유색인이 점하는 비율은 이보다 더 높을 것으로 추산된다.

뉴욕시 5개 구를 특성별로 살펴보면 가장 생활환경이 좋은 대서양연안의 스테이튼아일랜드구가 여전히 백인이 80%로 압도적인 반면 브롱스구는 스페인계가 절반에 가까운 43.5%를 차지하고 있다.

특이한 점은 다른구의 흑인주민수가 모두 증가한 데 비해 유독 맨해턴구만 10년전 20.3%에서 오히려 17.6%로 감소했는데 이는 흑인의 거주지역이었던 할렘지역의 황폐화·재개발에 따른 것으로 지적됐다.

인종분포의 변화는 도시기능마저 바꿔놓고 있다. 뉴욕 경제전문가들은 새로 유입된 이민들이 단순히 그들이 차지했던 「전통적」 직종만을 이어받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시 항만청의 한 경제분석가는 『이탈리아 이민들이 뉴욕시의 건축물 모양새를 잡아놓았다면 최근 이민온 한국인 청과상들은 도시 곳곳의 거리를 푸르게 가꿔놓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국인들은 남보다 더 일하고 상품진열마저 색다르게 한다. 이제까지 뉴욕에서는 볼 수 없었던 신종 비즈니스 방법이다』고 덧붙였다.

대부분의 경제전문가들은 새로운 이민이 매너리즘에 빠져들고 있는 오랜 도시기능에 새로운 활력소가 되고있다는 긍정론을 펴고 있다.

뉴욕시에서 백인이 줄어든 주된 이유는 여타 도시와 마찬가지로 이들의 탈도현상 때문으로 풀이되고 있다. 백인들은 경제적 여유가 생기면서 보다 안락한 주거환경을 찾아 교외로 나갔기 때문이다.

뉴욕대 경제계획전공 엠마누엘·토비어교수는 뉴욕 메트로폴리탄 지역,특히 어퍼뉴욕(북뉴욕) 지역의 양적팽창을 그 증거로 제시한다. 유럽계 이민인 백인층이 노령화해 대부분이 도심을 떠나 은퇴생활을 즐기고 이들의 2세들은 더많은 기회를 찾아 서부나 남부로 떠나 백인의 평균가구수는 현저히 줄었다고 토비어교수는 지적했다.

또한 흑인·스페인계에 비해 낮은 출산율도 백인의 자연적 증가를 억제한 한 요인이라고 덧붙였다.

백인은 교외로,유색인종은 도심으로 몰려드는 이같은 「백촌유도」 현상으로 미국인 사이에서는 워싱턴의 경우 『밤에 시내에 있는 백인은 부새대통령 부부밖에 없다』는 농담이 나올 정도다.

하지만 70년대 심각한 인구이반 현상을 보이던 뉴욕은 80년대 들어 새로운 이민 유입으로 인해 전체적으로 3.5% 인구신장을 보이며 새로운 활력과 함께 세계적 도시의 명성을 나름대로 지켜나가고 있다.<윤석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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