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격 KAL기의 승객과 기체의 끔찍한 바닷속 잔해사진이 나왔다. 일본 잡지에 실린 사진을 전재한 국내신문의 보도를 접한 국민들의 심경은 지금 너무나 착잡하다. 반인륜적인 만행이 발생했을 때도 큰소리를 쳐보지 못한 우리의 무력감이 다시 떠오르고 KAL기 관계 외신기사가 찔끔찔금 흘러나올 때마다 분노와 수치감이 더 깊어가고 있다. 이미 만행의 진상이 속속 드러나고 있었다지만 소 이즈베스티야지 사회부장의 최근 기사는 새삼 충격을 더해준다. 소련군 당국이 간첩행위로 날조,무차별공격을 정당화시켰던 우리 KAL기가 피격당시 비무장민간기임을 알리려 섬광신호 등을 켠채 비행했고 소련공군기의 추적에 속도마저 늦추었다는 것이 아닌가.더욱 부아가 끓는 것은 소련기자가 취재과정에서 부닥친 압력을 공개하고,사할린의 모네론섬 부근 해저 1백70m에서 찍힌 사진이야말로 소련군 자신의 죄를 은폐하려 펼친 수색작업의 증거로 단정한 사실때문이다. 소련내부에서마저 스스로 치부를 드러내 잘못을 고발하고 있는 마당에 우리는 과연 무엇을 하고있는가하는 생각이 치미는 것이다. 소련군당국이 소련취재기자에게 『이러한 기사를 쓰면 소·한관계를 해칠뿐이다』고 비난했다는데,우리 당국마저 그런 발상으로 한·소관계를 위한다며 잇달아 공개되는 만행의 증거들을 애써 외면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궁금하고 답답하다.
물론 작년 12월 우리대통령의 방소때 소련당국의 유감표명은 있었다. 하지만 책임소재도,지상도 분명히 밝히지 않았던 그런 어정쩡한 유감표명만으로 국민적 자존심이 상처난 마당에 진정한 양국우호가 싹틀수 있는가라는 의문이 새삼 제기되는 것이다.
그런 의문은 잘려진 승객의 유체사진을 보는 순간 국민들의 가슴속에 더욱 솟구친다 하겠다. 아무리 숨진 고혼들은 말이 없다지만 아직도 유족들의 오열이 귓가에 맴도는데,그 유체를 수습키는 고사하고 소련군당국이 비밀리에 소각해 버렸다는 보도마저 접해야하는 국민들의 쓰라린 심정을 우리정부는 정말 헤아려야만 할것이다.
북방정책은 우리의 국가적 위상 상승이고,도도한 시대적 흐름임을 우리는 알고 있다. 그러나 국제간의 교류는 어디까지나 호혜와 평등,그리고 상호신뢰에서 그 출발점을 찾아야함을 생각하면 한·소 교류에서 KAL 사건의 진상공개와 진실한 사과,그리고 정중한 유체 및 잔해송환은 반드시 관철되어야할 정부의 과제이다.
이같은 과제를 해결못할때 어려운 살림에 30억달러를 제공하면서까지 추진하고 있고,정부스스로 업적으로 자랑하고 있는 북방정책의 빛이 퇴색될수도 있음을 당국은 알고있어야 한다.
거듭 강조하지만 KAL기 피격사고의 미결은 이제 양보할수 없는 국민적 자존심의 문제가 됐다. 그리고 소련국내 여론마저 들끓는 마당이다. 정부는 총력을 경주해서라도 KAL기 사건을 제대로 마무리지어야할 책임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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