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부터 선천성 재생불량성 빈혈증세로 여러 차례 사경을 헤맨 20대 여성이 피가 모자라 수술을 못 하고 애태우다 같은 또래 의무경찰들의 집단헌혈로 새 생명을 기약하게 됐다.29일 하오 2시께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여의도 성모병원 중환자실에서는 노혜원양(23·부산 동래구 명장동)이 성분수혈을 받으며 수술전 치료를 받고 있었다.
병원측은 서울 마포경찰서 소속 의경 황일천 상경(21) 등 2명의 피에서 혈소판을 추출해 노양의 피 속에 넣어주며 수혈을 계속했다.
노양은 선천적으로 혈소판이 부족해 악성빈혈로 10여 년을 고생해 왔다. 마음껏 먹지도,뛰어보지도 못한 채 학교도 다니는둥 마는둥 하며 사춘기를 시름 속에 보냈다.
최근에는 병세가 악화돼 자주 쓰러지고 하혈을 심하게 해 어머니를 놀라게 했다.
남편과 일찍 사별하고 선천성 지병의 외동딸을 위해 애를 써온 노양의 어머니 김의지씨(51)는 얼마 되지 않는 전재산을 털어 마지막이라는 절박한 심정으로 지난 27일 상경,여의도 성모병원에 딸을 입원시켰다.
그러나 혈액형이 O형인 노양은 진단결과 혈소판 부족으로 수술을 하지 않으면 안될 딱한 형편에 처했다.
서울천지에 아는 사람이라고는 없는 김씨는 하늘이 무너져 내리는 충격 속에 혈액원 등을 찾아다니며 도움을 요청하다 지난 28일 상오 11시께 서울 마포경찰서 위민실로 달려가 눈물로 호소했다.
위민실장 정광수 경사(51)가 김씨의 딱한 사정을 이 경찰서 제219중대 의무경찰들에게 알리자 혈액형이 O형인 20여 명의 청년들이 앞다퉈 헌혈을 자원했다.
혈액검사 결과 황 상경 등 16명이 「선발」돼 이날부터 2명씩 수혈을 계속하고 있다.
수혈 직전 노양은 어머니에게 『생면부지인 젊은이들의 따뜻한 마음씨를 생각해서라도 다시 태어나고 싶다』고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
병원측도 『의경들의 수혈로 1차 치료는 성공했으나 골수이식 수술이 남아 있다』며 최선의 시술을 다짐했다.<원일희 기자>원일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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