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무역장벽 문제에 관한 두 개의 중요한 기자회견이 있었다. 하나는 로버트·모스배커 미 상무장관이 1주일간의 일본·한국방문을 떠나면서 가진 것이고,다른 하나는 미 무역대표부(USTR)에서 제6차 무역장벽보고서를 내면서 USTR 수석고문 조슈·보튼이 가진 것이었다.한국문제에 관한 것은 2가지가 두드러지게 부각됐다. 하나는 과소비추방운동과 관련된 외제안사기운동이고 다른 하나는 한국정부의 약속이행 정도가 의심스럽다는 것이다. 때문에 외부압력을 더 가해야 한다고까지 말했다.
USTR의 제6차 무역장벽보고서에는 소비자보호단체의 외제추방운동,워싱턴포스트지가 보도해 한바탕 공방전이 벌어졌던 농협 발행의 외제 안사기 만화책 문제 등을 꽤 긴 분량으로 실었다. 미 의회,각 언론사,그리고 세계 각국에 배포되는 이 보고서에 하필 이런 품위없는 얘기가 실려야 하는지가 의문이다.
한국인들은 보고서 표현대로 반정부기관들인 단체가 외국물건을 사지 말자고 하지 않으면 그야말로 국내기업을 죽이고 농민생활을 엉망으로 만들 그런 외제 선호 국민들 아니면 내실보다는 선전표어를 먼저 내세우기를 좋아하는 속성의 국민일지 모른다는 인상을 짙게 하고 있다. 품위있는 국민으로서의 이미지를 살리지 못하고 있다.
정부의 협상태도에도 허점이 너무 많다.
USTR보고서는 6개항 모두에 『한국정부는 이러이러한 것을 실천하겠다고 약속했는데 이것을 지켜볼 것이다』라는 문구가 여기저기 널려 있다.
모스배커 상무장관도 기자회견에서 『한국이 실천하겠다고 약속했거나 협정을 체결한 내용의 이행여부를 계속 지켜볼 것』이라는 말을 여러 번 했다.
우리 식으로는 우선 약속을 먼저 해놓고 그 약속 이행을 늦춰보는 것도 시간을 번다는 의미에서 흔히 있을 수 있는 일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서양식 사고방식으로는 약속을 쉽게 아무렇게나 해놓고 그것을 지키지 않는 것은 약속한 자를 한낫 웃음거리로 만들어버리는 우를 범하는 결과가 된다. 국제사회시대를 사는 지혜가 좀더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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