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묘지제도 개선방향(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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묘지제도 개선방향(사설)

입력
1991.03.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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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사부가 묘지제도 개선방안을 마련키 위해 조사한 여론조사 결과는 시사하는 바가 많다. 「분묘 넓이를 10㎡(3평) 이하로 줄여야 한다」는 설문에 응답자의 78.7%가 찬성했고,「주인 없는 무연고 분묘는 화장해서 납골하는 것을 의무화해야 한다」는 데 84.2%가 지지했다는 것은 가히 놀랄만한 의식의 전환이랄 수 있다. 그 중에서도 우리의 관심을 끄는 대목은 시한부묘지제를 도입할 필요성에 긍정적 반응을 보인 응답자가 최고 72.7%에서 최저 46.9%에 달했다는 사실이다.묘지문제에 관한 한 유교의 조상숭배사상과 풍수지리설에 따른 뿌리깊은 명당의식으로 인해 너나없이 매장선호풍조를 떨쳐버리지 못하고 있는 것은 우리 국민 모두의 맹신적 사고라고 할 만하다. 그것은 호·불호를 따지기에 앞서 엄연한 현실이다.

이같은 전통적 관습에 비춰볼 때 묘지를 15년 내지 20년까지만 한시적으로 설치했다가 그 후에는 「화장해서 납골만 보관해도 무방하다」는 국민들이 조사대상에서 50%를 넘었다는 결과는 희망적인 의식의 진전인 것이다. 인구에 비해 너무나 비좁기만 한 국토를 가진 우리에게서 유연고 묘지만도 1천8백41만기나 돼,전국토의 1%에 해당하는 9백29.88㎢의 산야를 뒤덮고 있다. 해마다 서울 여의도 면적(8㎢)의 1.2배가 넘는 49만여 평의 국토가 묘지로 잠식되고 있다는 현실도 더이상 대책없이 보고만 있을 문제는 아닌 것이다.

그런데도 묘지문제에 대해서만은 정부마저도 어쩌지 못하는 듯하다. 보사부만이 묘지제도 개선안 마련을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는데 그것이 어디 보사부 차원의 문제라 할 것인가. 범정부 차원 내지는 범국민적 차원에서 문제해결을 위해 접근하지 않는 한 풀 수 없는 난제 중의 난제인 것이다. 묘지문제 해결의 가장 중요한 첫번째 과제는 국민들의 전래적이고 뿌리깊은 매장선호의식을 화장 위주로 전환시키는 일이라고 우리는 본다.

우리의 매장률은 89년 통계로 80.8%다. 화장률은 19.2%밖에 안 된다. 일본의 화장률 93%,홍콩의 90%,태국 85%에 비하면 같은 아시아문화권에서도 너무나 뒤진다. 매장 위주의 국민적 사고를 화장 위주로 전환시키는 범국민적 의식개혁운동이 우선해야 한다. 그 다음에 할일이 묘지규모를 축소시키고,개인묘지나 가족묘지보다는 공동묘지나 공원묘지로 유도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도 15년 내지 20년 동안만 묘지에 매장했다가 그 후에는 화장해서 납골만을 보관하는 제도로 바꿔가야 한다.

이러한 시각에서 볼 때 천주교에서 구묘화장제를 신도들에게나마 도입키로 했다는 것은 선구자적 의미가 크고 그것이 일반국민들에게 적지 않은 영향력을 끼칠 것으로 믿는다.

묘지문제를 관계법률만 바꾸고 새로운 제도를 도입하면 된다고 쉽게 생각하지 말 것을 정부당국에 권고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어렵고 시일이 걸리더라도 국민들의 의식개혁에 접근하면서 그것을 뒷받침하는 법과 제도를 도입하는 끈질긴 정책의지를 갖고 임하지 않는 한 묘지문제는 결코 해결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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