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 한 끼 때우는 데도 호주머니와 의논해야 되는 우리네 서민에게는 아직도 「팁」이라는 게 생소한 풍속이다. 그래서 생전에 한 번 해외여행을 하다 보면 팁 때문에 곤혹스럽기 짝이 없다. 하지만 알고 보면 외국의 팁은 서비스 받는 액수의 10%에서,액수가 적을 때엔 15%쯤 주는 것으로 돼 있는만큼 곤혹스러울 게 없다. ◆한국의 팁은 아직은 일반화돼가는 과정에 있어서 유흥업소나 자칫 뇌물성 촌지와 구별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그래서 팁이라면 배보다 배꼽이 크다는 식으로 유흥업소에서 뿌리는 팁이 세상의 지탄을 받기도 한다. 그러니까 70년대 땅투기가 졸부를 대량생산해내면서 세상의 관심거리가 됐던 팁이다. ◆서울올림픽이 있었던 88년 한햇동안 전국에서 뿌려진 팁은 2천2백22억원으로 국민소득 추계에서 계산됐었다. 국민총생산(GNP)의 0.18% 규모다. 팁은 과소비 바람을 타고 해마다 늘어나고 있다. 89년에는 17.7%나 껑충 뛰어 2천5백48억원으로 집계됐다. 83년 팁을 국민소득표에서 계산하기 시작한 이래 최대의 상승률이었다. ◆지난해에도 17.1%나 뛰어서 3천억원의 팁이 뿌려진 것으로 계산됐다. 이제는 미장원이나 이발소,또는 일요일 가족동반으로 외식을 해도 팁을 주는 일이 적지 않으니까 팁이 늘어난다고도 볼 수 있다. 그러나 팁의 큰손은 역시 고급 요정이나 술집·골프장 같은 고소득층의 놀이터에 있을 것이다. ◆팁의 규모는 그러니까 땀흘리지 않고 돈을 긁어모으는 지하경제 규모와 관련된다고 볼 수 있다. 80년대 들어 부쩍 커진 지하경제는 GNP의 30%에서 때로는 47%까지 추산된다. 국민소득이 아무리 올라도 한쪽에서 불로소득을 물뿌리듯 뿌리고,또 한쪽에서는 전세값도 못 따라가는 층이 있는 한 사회적 불안은 남을 것이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