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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위금 전액 봉투째 「사랑의 쌀」 성금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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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위금 전액 봉투째 「사랑의 쌀」 성금으로

입력
1991.03.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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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최신해 박사 유족 “가시는 길에 받은 사랑 어려운 이웃에 되돌려…”/살아 인술에 사후 나눔 실천/본사에 3천만원 기탁이웃을 사랑하며 소탈하게 살다간 큰 의사에 대한 애도와 추념이 더 큰 사랑으로 이웃에게 나눠지게 됐다.

지난 24일 타계한 청량리정신병원장 최신해 박사의 유족들은 30일 한국일보사를 방문,조위금 3천만원 전액을 사랑의 쌀 나누기 운동에 기탁했다.

『선친이 가시는 길에 받은 사랑을 다시 되돌려주자는 것일 뿐입니다. 당신의 죽음이 사랑을 나누는 일에 많은 사람들이 동참하는 계기가 된 것을 알면 기뻐하실 것입니다』

유족들은 큰 돈은 아니지만 조위금이 어려운 이웃에게 골고루 나눠지기를 희망하면서 이같은 뜻이 사랑의 쌀 나누기 운동을더욱 확산시키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했다.

1천여 명이 넘는 조문객들로부터 들어온 조위금은 더하고 뺌이 없이 그대로 봉투째 전달됐다.

유족들이 조위금을 사랑의 쌀 나누기 운동에 기탁하기로 결정한 것은 우선 고인이 생전에 남에게 폐를 끼친다며 집안의 경조사 때 축의금이나 부의금을 받지 않는 것을 신조로 삼아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 원장의 죽음이 갑작스러운 일이었던 데다 고인의 의술과 생활자세,지혜와 해학과 사랑이 넘쳤던 수많은 글을 통해 삶의 용기와 희망을 얻었던 환자와 후학 등 각계각층에서 들어오는 조위금을 유족들은 사양하지 못했다.

그래서 조위금은 받되 장례가 끝난 후 사회단체에 기증하기로 뜻을 모았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고인을 기리는 뜻이 모아진 것인만큼 되도록 많은 사람에게 다시 나눠지기 위해서는 사랑의 쌀 나누기 운동이 가장 적합하다고 결론지었다.

기독교 신자였던 외솔 최현배 선생의 2남이지만 가족 중 유일하게 신앙을 갖지 않았던 고인이 임종 직전에 세례를 받은 것도 기독교계로부터 시작된 이 운동과 무관하지 않다는 믿음에서였다.

2남 홍식씨(38·연세대 의대 교수)는 『선친이 생전에 사랑의 쌀 나누기 운동에 관심이 컸으며 특히 소년소녀 가장들에게 정신적인 힘이 되고 있다는 얘기를 여러 번 한 적이 있다』고 기억했다.

최 박사 역시 검소한 생활을 하면서 어려운 사람을 돕는 일에는 열심이었다. 45년에 설립한 청량리정신병원은 사립병원인데도 많은 무료환자를 받았고 청량리 주변의 소년소녀 가장과 어려운 학생들에게 꾸준히 장학금을 주어왔다. 최 박사는 개인적으로도 소문없이 많은 사람을 도왔다.

고아인 장남의 친구를 어릴 때부터 한집에서 데리고 키워 대학까지 마치게 했고 두 아들이 서울대 의대와 연세대 의대를 다닐 때 어려운 친구들 얘기를 하면 잊지 않고 도와주었다.

최 박사는 평소에 자신의 수필집 제목처럼 「사람이면 다 사람이냐 사람다워야 사람이지」라는 생각으로 의술보다 사랑의 힘을 더 믿어왔다. 검소하고 소탈했던 생활은 끝까지 차를 바꿀 때 중고차만 샀던 일화로도 엿보였다.

유족들은 『고인이 유언은 못했지만 유언을 했다면 아마 조위금 봉투를 받지 말라는 말이었을 것』이라며 『그 뜻을 따르지는 못했으나 이웃을 사랑하는 고인의 마음을 사랑의 쌀 나누기 운동이 대신 이어가주기 바란다』고 밝혔다.<한기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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