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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르비­옐친 대립 급속도로 증폭/모스크바 대규모 시위 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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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르비­옐친 대립 급속도로 증폭/모스크바 대규모 시위 파장

입력
1991.03.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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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혁노선등 이견 심화/「거리정치」로 힘겨루기/“옐친 보수견제 고르비와 보완관계”설도미하일·고르바초프 소련 대통령의 시위금지령에도 불구,지난 28일 모스크바시내에서 대규모 반정부시위가 강행됨으로써 소련의 정치상황이 복잡미묘한 양상을 나타내고 있다.

고르바초프는 지난 25일 연방최고회의 개최 및 대대적인 물가인상이 단행될 향후 3주간 모스크바시 전역에서 모든 집회 및 시위를 금지한다는 포고령을 내렸으나 보리스·옐친 러시아공 최고회의 의장 등 급진개혁파들은 이 같은 조치가 헌법에 위배되며 28일 소집된 러시아공 인민대표대회 특별회의에서 옐친의 불신임안을 처리하기 위한 술책이라고 비난하면서 강력하게 반발한 바 있다.

고르바초프는 이에 맞서 약 5만명의 내무부 소속의 경찰과 군병력을 모스크바시에 출동시켜 시위를 저지토록 했으나 5∼10만명의 시민들이 이날 대대적인 반고르바초프 시위를 벌임으로써 크렘린의 권위에 도전했다.

지난 10일에 이어 두 번째로 발생한 이번 시위로 우선 소련의 양대 지도자인 고르바초프 대통령과 옐친 러시아공 최고회의 의장간의 반목과 대립이 더욱 증폭될 전망이다.

지난 17일의 국민투표결과에서 입증됐 듯이 러시아공 주민들은 고르바초프의 연방존속안에도 찬성을 했지만 러시아공 대통령직선제에도 압도적인 지지를 보임으로써 양 지도자간의 갈등을 부채질한 바 있다.

즉 러시아공 주민들은 소련연방이 해체되는 것에는 반대하지만 고르바초프보다는 옐친을 지지하겠다는 뜻을 나타낸 것으로 분석할 수 있다.

러시아공은 이미 연방정부가 거부한 소위 5백일 경제개혁안 대신 「러시아공 독자의 길」이란 새로운 경제계획안을 마련,직선대통령제와 함께 러시아공 헌법을 개정하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러시아공은 고르바초프의 연방존속에는 이견이 없지만 연방으로부터 보다 확대된 경제적 독립을 원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서는 정치·경제적 법절차를 마무리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러시아공은 따라서 이번 인민대표대회를 통해 이 같은 법절차를 마치고 명실공히 소련 최대의 공화국으로서 독자적 노선을 분명히 추진하기를 희망하고 있다.

고르바초프의 연방정부는 러시아공의 독자노선 추구가 현단계로서는 발트 3국 등 일부 공화국들이 독립운동을 가속화할 수 있는 계기가 된다는 점을 감안할 때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을 강력하게 요구하고 나섰다.

고르바초프는 옐친과는 85년 서기장 취임 이전부터 지우였으며 옐친이 중앙정계에 등장하는데 결정적 역할을 한 바 있어 일부에서는 옐친이 고르바초프의 「대변자」라는 분석까지 한 바 있다.

이런 두 인물과의 관계는 87년 보수파에 대한 옐친의 맹공을 빌미삼은 일부 보수세력들의 압력으로 옐친이 중앙정계에서 밀려난 뒤 소원해지다가 89년 러시아공 인민대표회의 대의원에 당선된 데 이어 러시아공 최고회의 의장직에 오른 이후 한때 가까워지는 듯한 분위기를 연출했었다.

이후 개혁속도 및 경제문제 등에서 계속 이견이 표출되면서 양자는 심각한 견해 차이를 보였으며 현재로서는 일부의 지적처럼 옐친이 고르바초프에게 노골적으로 대항하는 「강력한 도전자」로 비쳐지고 있는 실정이다.

양자의 개혁원칙에는 페레스트로이카 실시 이후 전혀 견해차가 없으나 단지 그 방법과 속도에서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고르바초프는 현재 페레스트로이카가 성공키 위해서는 정치적 안정과 법질서의 확립이 필요하며 경제개혁 역시 단계적이며 조심스럽게 시행해야 한다고 믿고 있다.

반면 옐친은 급격한 경제개혁과 함께 중앙통제식 정치체제로부터의 완전한 탈피 및 각 공화국의 주권보장 등 다원화된 민주화가 소련을 회생시킬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정부 및 당·군·비밀경찰(KGB) 등 조직화된 힘을 업고 있는 고르바초프의 체제수호논리를 옐친이 「거리의 정치」를 통해 어느 정도 도전할 수 있는지는 미지수이나 이번 시위에서 지식인층을 필두로 한 상당한 지지세력들이 보다 조직적 활동을 전개하고 있음을 보여준 점이 주목되고 있다.

특히 러시아공 인민대표대회는 고르바초프의 시위금지령을 위헌이라고 규정하는 결의안을 압도적 표차로 통과시켜 옐친의 불신임안 통과를 우려하던 일부 급진개혁세력들에게 자신감을 안겨주기도 했다.

고르바초프는 일단 옐친과의 「힘겨루기『에서 판정패한 듯 보이나 이들간의 관계를 꼭 투쟁의 측면으로만 봐서는 안 될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왜냐하면 고르바초프의 뒤에는 소위 「신보수세력」들이 있으며 이들의 강경노선이 옐친으로 대표되는 급진개혁세력에 의해 어느 정도 견제를 받았다는 관점으로 볼 때 고르바초프와 옐친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상호보완관계를 새로 설정할 수 있게 되리라는 관측도 있다.<이장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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