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자치는 민주주의의 샘물이자 민주주의를 가꾸는 교실이다. 만일 샘물이 마르거나 끊길 경우 민주주의라는 나무는 자연히 고사하게 마련이다』 역저 「미국 민주주의론」을 쓴 영국의 정치인이자 정치학자인 제임스·브라이스경의 말이다. ◆우리 헌정사사상 지방자치처럼 기구한 역정을 거쳐온 제도는 없을 것이다. 첫 지자제선거를 실시한 것은 뜻밖에 한국전쟁이 한창인 1952년 4월∼5월이었다. 당시 이승만 대통령은 『전시에도 민주화 작업을 늦출 수는 없다』고 생색을 냈으나 여기에는 검은 속셈이 있었다. ◆당시 대통령 선출권을 지닌 국회를 야당이 장악하여 재선이 어렵게 되자 이 대통령은 국회를 포위·협박할 원외의 세력기반으로 지방의원들을 활용키로 한 것이다. 실제 초대지방선거에서는 당선자가 친여세 일색이었다. 사사오입개헌으로 장기집권의 길을 닦은 이 정권은 기고만장하여 56년 2대 선거 때는 지방단체장들까지 직선했으나 야당계가 만만치 않게 진출하자 소위 2·4파동 때 단체장을 임명제로 환원하는 개정법안을 얹혀서 통과시켰다. ◆지방자치제를 제대로 실시한 것은 4·19 후 제3대 선거 때였다. 60년 12월 하순께 약 2주일 동안 광역 및 기초단위 의원과 단체장선거를 4차에 걸쳐 실시했고 특히 서울시장 선거 때는 유권자가 지지후보의 이름을 기명케 하는 선진적인 투표법을 채택하기도 한 것이다. 그런 지자제가 5·16 군사쿠데타로 하루 아침에 뿌리가 뽑히고 말았다. 지방자치가 없는 민주주의는 「껍데기 민주주의」 「가짜 민주주의」다. 샘물이 마르니 민주주의가 제대로 자랄 수가 있겠는가. 30년간 이 땅의 정치정국은 권력에 대한 사욕과 정략에 따른 정쟁·당쟁으로 하루도 편할 날이 없었던 것은 너무나 당연했다. ◆부분적이나마 30년 만에 지자제가 복원됐다. 그러나 선거를 끝냈다고 지자제가 꽃피는 것은 아니다. 국민 모두가 내일처럼 샘물이 마르지 않도록 가꾸고 지켜야 한다. 그렇게 해서 두 번 다시 지자제의 싹이 잘리지 않도록 해야 한다. 한국의 지자제는 이제부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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