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알바니아 「선거혁명」 이뤄질까/31일 45년만의 첫 자유총선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알바니아 「선거혁명」 이뤄질까/31일 45년만의 첫 자유총선

입력
1991.03.28 00:00
0 0

◎민중 개혁 부진 불만속/야당 뜻밖 승리 가능성/결과 상관없이 본격 정치투쟁 시작될 듯동구권 최후의 스탈린주의국가인 알바니아가 오는 31일 45년 만의 첫 자유총선을 실시한다.

인민의회 의원 2백50명을 뽑는 이번 선거에는 지난 46년 이래 일당독재체제를 유지해온 알바니아노동당(공산당) 외에도 민주당,공화당,농민당 및 생태당 등 야당들도 참가,주목을 끌고 있다.

민주당을 비롯한 야당들이래야 지난해 12월 티라나 대학에서의 민주화시위 이후 급조된 정당들이어서 일단 노동당의 승리가 예상되고 있다. 그러나 라미즈·알리아 인민의회간부회 의장(대통령)의 제한개혁 노선과 지지부진한 개혁성과에 대한 일반민중들의 불만이 고조돼 온터라 야당세력의 뜻밖의 승리도 전혀 배제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지난 2월20일 수도 티라나에서 있은 시위에서 그 동안 신성불가침의 존재였던 알바니아 공산혁명의 지도자 엔베르·호자의 동상이 끌어내려졌는가 하면 2월말부터 3월초에 걸쳐 주민 2만여 명이 지난해 7월 이후 3번째로 대규모 「엑서더스」를 감행하기도 했다.

총선일을 앞두고 공산당의 권위는 완전실추된 채 경제사정도 민중들의 인내심의 한계를 넘어설 정도로 악화돼 이번 총선은 어느 면에서 또 한 번의 동구권 「선거혁명」을 기대할 수도 있는 상황이다.

물론 야당의 결성이 허용된 지 3개월여 만에 치러지는 총선이라 어느 한 야당의 단독집권은 생각할 수 없다. 그러나 민주당과 공화당 등 두 야당이 합쳐 의석의 과반수를 차지할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

민주당은 인민의회 의석 2백50석에 모두 후보자를 내세웠으며 공화당은 1백65명의 후보를 내고 있다.

한편 집권노동당은 민주당보다도 적은 2백43명의 후보만을 내세우고 있다. 노동당은 남부지역과 농촌에서 충실한 지지자를 갖고 있으며 민주당은 주로 젊은층과 도시지역에서 강한 지지를 받고 있다.

한편 공화당은 46년간의 공산당 철권통치에 넌덜머리를 내면서도 민주당의 「급진성」에 불안감을 느끼고 있는 유권자들에 파고들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들 세 정당의 차이점은 경제정책분야에서 두드러지고 있다.

세 정당 모두 붕괴되어가는 중앙계획경제체제를 서구식의 시장경제로 바꾸어야 한다는 데 동의하고 있다.

노동당은 시장경제체제로의 이행과정에 완충기를 두어 실업과 물가상승을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민주당은 전격적인 사유화와 자유기업을 도입해야 한다는 정책을 내걸고 있다.

공화당은 중도적인 노선을 취하고 있다. 외국인의 투자와 합작을 유도하되 사유화는 서서히 추진하는 방식을 택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공화당은 또 농민은 자신들이 경작한 농토를 소유할 권리를 가져가야 한다고 강조하면서도 앞으로 적어도 4년간은 토지의 상업적 판매가 없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선거포스터 등 서구식의 요란한 선거운동은 없지만 선거일이 다가오면서 알바니아 유권자들은 이번 총선에 지대한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저녁마다 TV 앞에 모여 야당들이 자신들에 할당된 저녁뉴스 이후의 시간을 통해 현공산정권을 비난하는 장면을 지켜보는가 하면 생활필수품을 사기 위해 줄서는 자리에서도 정치가 주로 화제에 올려지고 있다.

알리아가 이끄는 노동당은 온건 개혁노선을 취하고 있는 자신들이 패배할 경우 강경파가 또다시 득세할지 모른다는 유권자들의 불안감에 기대하고 있다. 이와 함께 점진적인 개혁조치도 잇달아 단행해왔다.

2만여 명에 대해 여권을 발급하고 지난 23년 동안 금지해온 종교집회를 허용한 것 등이 이의 대표적인 예이다. 알리아는 또 군과 경찰을 공산당의 통제로부터 풀어놓은 것을 골자로 하는 새로운 헌법 초안을 공개하기도 했다. 그러나 알리아는 알바니아가 사회주의적 이상에 충실한 사회주의국가로 남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편 그라모즈·파쉬코,살리·베리샤 등 전직 대학교수들이 이끌고 있는 민주당은 선거일이 다가오면서 그간의 조심스러운 태도에서 벗어나 발언수위를 높이고 있다.

살리·베리샤는 지난 24일 TV 회견에서 『볼셰비키의 도그마는 알바니아의 영혼을 덮고 있는 먼지와도 같다. 우리는 그것을 말끔히 털어내 러시아로 되돌려보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정치관계 전문가들은 민주당 등 야당들이 선거를 통해 그 존재를 보다 확실히 인정받게 되면 그간의 조심성을 벗어던지고 과격성을 띠게 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어떻든 이번 총선 결과에 상관없이 알바니아에는 본격적인 정치투쟁이 선거가 끝난 후부터 시작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돌고 있다.<유동희 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