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바른 선거풍토 정착계기/선거법 허점·사퇴 문제 노출/“과열 후유증 없어 다행… 법령정비등 물주기 따라야”시군구 의회선거가 26일 전국에서 일제히 이루어짐으로써,지방자치가 30년 공백을 딛고 재개막되게 됐다.
이번 선거는 그 동안 정치명분으로만 운위되던 지자제실시를 현실화시켰다는 정치적 의의와 함께,향후정국에 새 이정표를 시사했다는 점에서 「일대사건」으로 평가되고 있다.
특히 과열·탈법의 선거관행과는 달리 차분하게 선거가 치러져 공명선거정착의 가능성이 엿보였다는 사실은 긍정적 측면으로 부각되고 있다.
그러나 선거운동과정에서 나타났던 선거법상 허점들,유권자들의 냉담함,유세취소 및 후보사퇴 사태 등은 간과하지 못할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앞으로 정부와 국회는 이를 개선·보완하는 작업에 전력을 기울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
○…정당개입이 배제된 기초의회선거지만 각 정당이 사실상 내부공천을 한 상태여서 관심의 초점은 역시 각 당의 전황분석.
이와 함께 투표율이 과연 어느 정도를 기록할지도 관심거리였다.
투표율은 한국일보·MBC가 미디어리서치에 의뢰,실시한 공동여론조사결과(56.7%)의 근사치인 55.0%를 기록해 지난 60년 서울시장·도지사선거(38.8%)를 제외하고는 최저치를 나타냈다.
그 동안 지자제의 중요성이 십분 강조돼 왔음을 감안할 때,이 같은 투표율은 국민의 정치불신 정도를 생생히 알려주는 지표이며 정치권에 대한 경고라는 지적이 많다. 또 후보자들의 면면이 「무명」에 가까운데다 공명선거여론의 지나친 부각으로 선거분위기가 침체된 점도 투표율 하종가의 한 이유로 분석되고 있다.
그러나 투표율이 낮은 감은 있지만 이번 선거야말로 과열·타락의 선거관행을 일소한 정상분위기였다는 시각도 있다.
만약 선거가 과열돼 당초 우려처럼 후보자들이 많은 선거자금을 뿌렸다면,정치·경제·사회적으로 심각한 선거후유증을 만들어냈을 것이고 향후 정치일정도 크게 왜곡됐으리라는 주장이다. 즉 주민참여 측면에서는 아쉬운점이 적지 않지만 저투표율이 공명선거 토대마련의 대가라면 감수할 만하다는 논리인 것이다.
최대관심사인 당선자 성향에 있어서는 친여권의 우세로 결판나 향후 기초의회운영의 향방을 가늠케 하고 있다.
후보등록시부터 친여성향 후보가 70%를 웃돌아 예상된 결과이긴 했지만,광역의회총선대선으로 이어질 향후의 선거정국의 실마리가 이번 기초의회선거였다는 측면에서 각 당은 벌써부터 이번 선거의 결과분석,대책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민자당은 여세를 몰아 향후선거의 연승을 노리고 있고,평민당은 정당개입이 허용된 광역선거부터 「역전」을 보여주겠다고 단단히 벼르고 있다. 여권 내부에서는 차기대권을 겨냥하는 일부인사들이 친여 당선자들을 자기계파로 흡수하는 방안마련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져 선거와 맞물려 있는 대권경쟁도 점차 가시화되는 느낌이다.
○…선거운동과정에서 부각된 문제점은 우선 선거법 미비를 들 수 있다. 법취지상으로는 정당개입을 배제하고 있으면서도,곳곳에 정당참여의 틈새가 벌어져 있어 법정비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정당공천은 금지돼 있지만,선거공보 소형인쇄물 벽보 등에 정당경력을 표시할 수 있고 합동연설회에서 후보자가 특정정당에 대해 지지의사를 표시할 수 있어 정당개입은 사실상 가능한 실정이다. 각 정당들은 정도 차이는 있지만 후보조정,비밀공천 등을 통해 사실상의 공천권을 행사,「주민만의 축제」로 치르자는 원칙은 사실상 퇴색되고 말았다.
대신 호별방문·인사장 배포·신문광고 등을 통한 선거운동 등 외부적으로 드러나는 부분만 엄격히 단속하다 보니 『정당개입은 못 막고 후보자들의 적극적 선거운동만 막았다』는 불평이 터져 나왔던 것이다. 선거운동방법의 엄격한 제한은 공명선거여론과 맞물려 과열분위기 진정에 큰 기여를 했으나,한편으로는 후보자와 유권자의 접촉을 차단해 「진짜 일꾼」을 선택하는 데 어려움을 주었다는 지적도 있다.
이 외에도 농수협조합장의 출마금지·광역의회출마자의 기탁금 등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개인연설회 허용 여부 등 선거법 개정의 필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여야의 각 정파는 지방의회선거법 개정과 관련,현실과 당위성 사이에서 적정한 접점을 찾기 위해 교섭과 논쟁을 거듭할 것으로 보인다.
선거법개정과 아울러 지자제의 착근을 위한 정치권의 노력 또한 남달라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30년 전 지자제가 우여곡절과 파란 속에서 좌초된 데는 「나무를 심었을 뿐 물 주지 않은」 격과 같은 무성의가 주된 이유였다. 따라서 이번 선거를 계기로 지방자치의 올바른 성장을 위해서는 지방재정·지방인사·지방조직 등의 취약점 보강을 위해 정파적 이해를 초월한 상호협조가 필수불가결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이영성 기자>이영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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