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B맥주가 주력상품인 두산그룹의 낙동강 페놀오염사건이 경쟁사인 크라운맥주의 조선맥주에 활력을 주고 있다.낙동강 오염 주범이 재벌그룹인 두산으로 밝혀진 지난 21일 공교롭게도 (주)조선맥주 노동조합은 퇴직금승수제 부활 등을 요구하며 전면파업에 돌입했다.
23일부터는 서울 영등포 마산 전주 등 전체 3개 공장의 1일 생산량이 75%나 감축됐으며 강성노조원들은 영등포 본사에 있는 35m 높이의 곡물저장용 사이로에 올라가 농성하는 등 창사 이래 최악의 위기를 맞았다.
그러나 지난 23일부터 낙동강 페놀오염에 분노한 시민들과 사회 단체들의 OB맥주 불매운동이 확산되자 노사간에는 『지금이야말로 집안싸움을 중지하고,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을 호기』라는 공감대가 형성되기 시작했다.
24일 밤 박문덕 사장(41)과 김진록 노조위원장(34)은 노사대표 6명씩이 배석한 협상테이블에 마주앉았다. 파업 4일 만에 다시 만난 노사는 한동안 말이 없었다.
이윽고 박 사장이 『우리는 창사 이래 단 한 번도 상대를 이겨보지 못했다』며 『경쟁사가 페놀오염이라는 악재로 고전하고 있을 때 조선맥주가 계속된 파업으로 공급을 제대로 하지 못하면 소비자들이 등을 돌린다』고 침통하게 말했다.
노조 대표들도 「페놀 호재」는 수백억 원대의 광고효과를 가져온다는 데 공감,협상 실마리가 풀려 극적으로 타결됐다.
조선맥주 노사는 지난해 10월부터 88년 폐지된 퇴직금승수제 부활여부 등 10여 개 사항을 놓고 팽팽한 줄다리기를 시작,지난달까지 8차례 단체교섭을 벌여왔다.
현재 경쟁사와의 맥주시장 점유율이 서울의 경우 8 대 2,전국적으로는 7 대 3인 점을 감안,노사간에 파국만은 막아보자는 공통인식에도 불구하고 협상이 결렬되자 노조는 지난 19일 쟁의발생신고를 한 뒤 파업에 들어간 것이다. 회사측은 임시고용직을 생산공정에 투입했으나 생산량이 크게 달렸다. OB맥주 불매운동이 거센 대구지역에 보낼 맥주 6만병을 강릉지역 대리점에서 모아 보낼 정도였다.
회사측이 제수당 지급을 약속하고 노조측이 퇴직금문제를 양보해 협상이 타결되자 회사는 활력이 넘치고 있다. 25일 하오 6시 긴급회의를 연 노조는 이날부터 야간작업까지 시작했다.<원일희 기자>원일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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