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 빗나간 관련업계 풀죽고/인플레 우려 씻은 당국은 웃고/단속강화로 타월등은 오히려 판매 부진/정당개입 차단 「통화긴축선거」 선례 남겨○…26일 전국적으로 일제히 실시된 지자제 기초의원선거는 경제적으로도 유례없이 차분했던 선거로 평가되고 있다.
선거 때면 으레 시중에 돈이 엄청나게 풀리고 민간소비가 늘어나는 등 소위 선거특수로 인한 과열경기까지 우려되는 게 상례였으나 이번에는 오히려 정부가 돈줄을 바짝 조이고 과열선거운동 단속을 강화한 탓인지 대부분의 관련업계가 그다지 재미를 보지 못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제지 인쇄 주류 선물용품 등 선거특수를 잔뜩 기대했던 관련업계는 시큰둥한 표정을 짓고 있는 데 반해 경제당국에서는 선거인플레 우려가 해소됐다며 희색을 보이는 등 엇갈린 반응.
○…선거 때만 되면 돈이 마구 풀려나는 게 선거의 커다란 경제적 병폐였으나 이번에는 반대로 「선거 때의 통화긴축」이라는 새로운 선례를 남긴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선거를 맞아 이와 같은 방향선회가 가능했던 것은 연초부터 물가가 계속 폭등,통화긴축이 불가피했고 정부내에서 『돈 푸는 게 결코 여권에만 유리한 게 아니다』라는 논리의 발견 덕분이었던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그러나 통화당국의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시중통화의 수준은 여전히 높은 편이라는 지적. 지난해 워낙 많은 돈이 풀렸던 탓에 아직까지도 그러한 기조가 완전히 해소되지 않았다는 분석이다.
부동산가격이 여전히 꿈틀대고 있고 각종 물가가 불안한 상태를 지속하고 있는 것이 이를 말해주고 있다.
○…선거특수를 기대했던 인쇄 제지 선물용품업계 등은 결과가 기대에 못 미친다며 풀이 죽은 모습.
1천5백여 인쇄업체가 밀집해 있는 서울 을지로 일대의 「인쇄골목」에는 눈에 띌만한 선거물량 주문이 없었으며 단지 선관위에서 맡긴 투표용지와 후보자들의 유인물,벽보 등이 있기는 했어도 예년 수준의 경기에 불과했다는 게 인쇄소측의 설명.
제지업계는 인쇄업계보다 사정이 나은 편이지만 당초 예상에 못 미치기는 마찬가지.
○…선물돌리기의 단골손님인 타월·비누·치약·라이터 등 잡화류 역시 판매가 부진해 상인들조차 의아해하는 상태.
1백여 타월가게가 몰려 있는 서울 동대문시장 일대의 상인들은 정부의 단속 때문에 오히려 평소보다 판매가 부진하다고 하소연했다.
가격이 저렴하고 후보자의 이름을 새길 수 있어 최고 인기상품이 될 것이라고 장담했던 볼펜과 라이터업계도 풀이 죽었다.
「너무 수요가 없어 이상할 정도」라는 서울 당산동의 가나판촉 라이터는 광역의회의원선거 때는 이보다 나아질 것을 기대하고 있다.
선거 때마다 들썩거리던 일용잡화류 값도 이번 선거에서는 안정세를 유지했다.
대한상의가 조사한 주요도시의 소비자물가 동향에 의하면 세탁비누·연성세제·치약·사이다·소주 등의 가격도 선거운동 기간중 거의 변화가 없어 이번 지자제선거에는 선물돌리기가 예전보다 급격하게 줄어들었음을 반증했다.
정치광고대행사들은 어느 정도의 재미를 보기는 했어도 기대치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고.
정치광고전문회사인 (주)하나콤 이종하 본부장(46)은 『선거일정이 촉박해 어려움이 많았다』며 『기초의회의원선거에서 얻은 노하우와 자료를 광역의회의원선거에 활용하기 위해 준비중』이라고 말한다.
이 회사는 20여 명의 후보자를 위해 선거전략을 짜주고 유인물·벽보·명함 등을 제작했는데 비용은 1인당 5백만원에서 1천만원 정도였다고.
○…경제기획원은 예상밖으로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선거가 치러짐에 따라 선거후유증은 그다지 두드러지지 않은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그러나 선거 전날인 지난 25일이 정례적인 물가조사날이어서 특히 음식 숙박료 등 개인서비스요금이 막바지 선거열기에 휩쓸려 크게 올랐을 가능성이 있어 걱정하는 눈치.
물가관계자는 『음식을 제공하는 등 타락선거 양상을 빚지는 않은 것으로 보지만 개인서비스요금은 워낙 분위기를 틈탄 편승인상 여지가 많아 안심하기 어려운 실정』이라고 말했다.
기획원 고위관계자는 『선거가 경제에 미칠 부작용을 크게 줄인 요인은 무엇보다 정당개입이 제도적으로 차단됐기 때문』이라며 『따라서 6월 이전에 실시될 것으로 보이는 광역의회의원선거 때는 이번과 판이한 양상을 띨 것 같아 염려된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광역선거 때 특히 지역개발공약이 난무해 부동산값 상승을 부추기는 상황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경제부>경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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