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유국 상륙 사실상 허용” 4개사/“원유 장기·안정공급 확보” 쌍용정부가 사우디 국영석유회사인 아람코사와 쌍용정유의 합작회사 설립신청을 정유사의 신설이 아닌 아람코측의 쌍용정유에 대한 자본출자 형태로 허가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지자 정유업계가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유공·호유·경인에너지·극동정유 등 정유 4사는 정부가 정유사를 1개 더 늘리지 않는다는 명분을 내세워 자본출자를 허용하는 것은 사실상 중동 대산유국의 국내 정유업계 진출을 허용하는 것이기 때문에 자본이 취약한 국내 정유업계가 심각한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쌍용정유측은 사우디와의 합작은 원유를 장기적·안정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자본·유통시장 개방에 대비,국내 정유업계가 체질을 강화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밝히고 있어 합작사 설립을 둘러싸고 국내 정유업계가 첨예한 이해다툼을 벌이고 있다.
정부는 지난 1월 쌍용정유가 하루 16만배럴의 정제시설 중 10만배럴과 탈황시설 부지를 현물출자하고 아람코사가 3억9천만달러를 현금출자,합작정유사를 세우겠다고 신청한 데 대해 현재 국내 정유 5개사 이외의 신규 정유사 설립은 공급과잉을 초래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인가할 수 없다고 방침을 정했었다.
그러나 니제르 사우디 석유장관이 외무·동자·재무장관 등에 합작사 설립을 강력히 요청해 온데다 한·사우디간의 정치·외교관계 및 원유의 안정적 확보차원에서 정부는 무조건 불허원칙만을 고집할 수도 없는 입장이었기 때문에 우리 형편상 가능한 방법을 가르쳐준 셈이 됐다. 주무 부처인 동자부는 쌍용정유가 보유하고 있는 모든 정제시설과 윤활기유·석유화학 부문까지도 전부 현물 출자하고 아람코측이 쌍용정유의 유상증자분을 인수하는 자본참여 형식을 권고하게 된 것.
동자부는 이렇게 되면 새로운 정유사가 생기는 것도 아니고 상장기업인 쌍용정유의 지분율이 47∼48%에 불과하기 때문에 아람코측이 국내에 진출하더라도 경영권 장악같은 것은 일어날 수 없다고 보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다른 정유사들은 이에 대해 외국의 메이저가 거의 국내에서 철수하는 추세에 역행하는 것이라고 반발하고 있으며 쌍용·아람코 합작이 결정되면 쿠웨이트·이라크 등 다른 중동 산유국 및 메이저들도 국내 진출을 노리고 있기 때문에 나쁜 선례가 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거대자본이 들어와 국내 정유업계가 불리한 입장에 놓일 뿐만 아니라 앞으로 유통부문이 개방돼 사우디측이 이를 장악,국내 업체에 피해를 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정유업계는 사우디측이 쌍용에 합작사 설립을 제의하기 전에 일본에 진출하려 했으나 일본측이 ▲일본자본도 사우디에 진출할 수 있어야 하고 ▲합작회사에서 생산한 석유제품은 전량 사우디로 수출해야 한다는 등의 조건을 내걸자 사우디가 포기한 선례에 비해 우리는 너무 쉽게 진출을 허용했다고 지적했다.
우리 정부측의 「배려」를 사우디가 받아들여 쌍용·아람코 합작회사가 설립된다면 앞으로 제2,제3의 합작회사가 속출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극동정유가 걸프사태 이전에 쿠웨이트측과 합작사 설립을 모색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며 다른 정유사들도 생존권의 차원에서 메이저 또는 산유국과의 합작을 적극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방준식 기자>방준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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