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26일은 30년 만에 부활되는 지방자치제의 원년을 여는 기초의회선거 투표날이다. 그 동안 말도 많고 탈도 많았지만 이제는 18일간의 선거운동을 마감하고 마지막 심판의 순간을 맞고 있는 것이다.돌이켜보면 기대가 컸던만큼 실망스러운 일도 적지 않았으나 이번의 첫 지방의회선거는 지금까지의 상황을 종합해볼 때 일단 합격선에 들어간 것 같다. 지역에 따라 후보에 따라 불미스러운 일도 있었지만 전국적인 대세의 흐름은 차분하고 깨끗한 분위기였다. 후보자도 유권자도 모두 과거의 혼탁한 선거에 비하면 자부심을 가져도 좋을 정도였다.
정부 권력의 개입,정당의 공공연한 간여,돈의 뒷거래 등으로 분위기가 다소 흐려졌다는 사실을 부인하려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지난날의 대통령선거 국회의원선거에 비할 바는 아니다.
일반시민의 감시,선거당국의 단속,언론의 계몽,정부의 의지 등이 공명선거를 가져오는 데 많은 기여를 한 게 사실이지만 이에 못지 않게 후보나 유권자들 가신의 생각도 많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타율적인 외부요인과 자율적인 내부의식 개혁이 어우러져 이정도나마 선거풍토를 깨끗하게 만든 것은 다행이다. 시끄럽고 더러운 과열 혼탁선거에 젖어온 우리에게는 이번 선거가 너무 조용해 싱겁게 느껴지고 그래서 분위기가 너무 가라앉아 「선거 답지 않은 선거」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는 것 같다. 그러나 이제는 선거에 대한 인식을 바꿔야 할 때가 온 것 같다. 돈봉투와 선물꾸러미가 난무하지 않고,흑색선전 인신공격의 난투극이 없어도,술자리 밥자리로 떠들썩하지 않아도 선거는 얼마든지 치를 수 있다는 것을 배워가야 한다는 것이다.
선거란 어지러운 과열의 난장판이 될 수밖에 없다는 고정관념을 버려야 한다는 것이다.
후보가 유권자들을 찾아다니며 금품공세로 못 살게 구는 게 선거가 아니라,유권자가 후보들의 면면을 차분하게 살펴보고 선택하는 게 참다운 선거라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열기가 너무 없다고 유권자의 무관심과 투표율의 저하를 걱정하는 사람도 많지만 과거의 과열선거에 비해 참여도가 낮아지는 현상은 당연한 것으로 봐야 한다. 그리고 지금까지의 선거운동 기간중 유권자들이 보여준 의식의 성숙도로 보아 투표율이 걱정스러울 수준까지 내려가지는 않을 것이다.
풀뿌리민주주의를 갈망해온 국민이기에 막상 그 뚜껑을 여는 투표함을 외면할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또 그 동안 기성정치권이 썩었다고 무수히 비판해온 국민이기에 유권자들 스스로 깨끗한 정치를 펼치려는 투표장에 나가지 않을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악덕기업은 소비자가 응징할 수밖에 없듯이 깨끗한 정치는 유권자가 만들 수밖에 없는 것이다.
만일 시민의 참여율이 상식 이하로 낮아질 경우 정치인들이 받던 지탄을 유권자들이 받아 마땅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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