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의 권익을 시민이 지켜간다. 오늘의 시민은 과거와 다르다. 참여와 행동을 망설이지 않는다. 그들의 공분은 이제 한순간의 물거품이 아니다. 적당히 어르고 누르면 무력하게 사그라들리라고 얄잡아 보면 큰코다치기 알맞다.식수공포에 대한 분노는 불길이 치열하고 놀랍다. 그만큼 파장도 세차고 넓게 번져간다. 서울과 지방도시에서 집회와 시위가 벌어지며 공해유발업체 제품의 불매운동이 확산될 조짐이 크다.
시민과 사회단체가 전개하는 캠페인의 관심은 초점이 분명하다. 제도개선과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며 수도료 거부와 불매운동을 병행시켜나가고 있다.
과거에도 TV시청료 거부나 특정 제품에 대한 불매 움직임은 있었다. 그러나 대체로 즉흥적이고 일시적인 것으로 끝났다. 이번엔 그렇지가 않음이 확실하다. 자위를 위한 시민권의 발휘라는 의식이 어느때보다 강하다. 지방의회선거에서도 나타났듯이 시민연대회의 같은 자발적 모임이 만만치 않게 기세를 올리고 있는 현실이다.
부도덕의 칠수가 눈에 어른거리고 목구멍에 독수가 흐르는 위협 앞에서 가만히 앉아 당할 시민은 없을 것이 아닌가. 정부와 제도가 방어해주지 않으면 자위권의 발동은 당연할 뿐이다.
지금 시민의 처지에선 믿을 데가 없다는 게 솔직한 심경이다. 식수전쟁이 일어난 원인과 책임을 따지자면 정부와 기업과 사회 전반에 만연된 이기심과 부도덕 때문이다. 이익은 몽땅 따로 챙겨가고 시민은 고스란히 피해만 입는 꼴이다. 발만 구르고 있을 수가 없다.
이 기회에 시민운동은 온갖 독단 억지 속임수와 군림의 오만에 뜨거운 맛을 보여주어야 한다.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천민자본주의 의식에 일격을 가하고 그 앙갚음이 얼마나 무서운가 본때를 보여줄 만하다.
정당한 시민운동을 더 이상 이단시하거나 불순하게 보는 시각의 교정도 필요하다. 건전한 시민세력을 반체제로 몰아치는 권위주의 발상은 불식됨이 마땅하다.
되는 일과 안 되는 일을 구별 못하고 불가능은 아예 외면하는 기득권층에게,우리는 시민의 이름으로 의식의 전환을 촉구하고자 한다. 누구의 눈치를 살피라는 뜻이 아니다. 겸허하게 양식을 살려 그대로 실천하면 탈이 없게 마련이다. 정부는 정부대로,정치인이나 기업인은 그들 나름대로 정직하게 시민의 발언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앞으론 시민을 등지는 어떤 처사도 호락호락하게 넘어가지지 않을 것이다. 지금까지 우리 지도층은 시민의식을 깔보면서 오히려 그에 뒤지는 기현상을 노출하였다. 그런 행태는 더 허용되지 않을 것임을 명심하기 바란다. 시민이 주도하는 사회의 지평이 차츰 열리고 있음을 감지한다. 그것은 양식과 순리의 시대를 예고하는 것이다. 오늘의 시민은 과거의 시민이 아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