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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입력
1991.03.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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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련이 개방체제를 지향하면서부터 비밀경찰 KGB도 단계적 변신을 보이고 있다. 88년 10월1일 취임한 블라디미르·크류츠코프 KGB 의장은 우선 국제 테러리즘과 마약거래를 막기 위해 다른 나라 정보기관과의 협력관계를 넓히기 시작했다. 그는 또한 스탈린의 개인숭배와 독재 때문에 안보기관의 성격이 왜곡돼 있었던 점을 시정하겠다고 밝히기까지 했다. ◆오랜동안 KGB는 국내에서의 무고한 시민투옥,국제테러의 배후조종 등으로 악명이 높았었으나 크류츠코프 의장이 체질개선론을 들고 나오면서부터 심지어 KGB 간부들이 TV에 출연하여 시민들의 전화질문에 응답하는 적극성을 보이기까지 했다. 그런가 하면 정확성에 문제가 있기는 하더라도 그 기관의 91년 예산이 49억루블이라고 예산규모를 슬쩍 흘리기도 했다. ◆그러나 서방측의 첨단기술이나 경제정보수집에 KGB가 전례없이 집중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해서 여러 나라들이 새로운 방향으로 경계심을 높이고 있다. 소련의 군사적 위협은 정도가 낮아졌으나 산업기술에 대한 정보전은 도리어 더 치열해진 국면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KGB 요원으로 런던에 주재하다가 85년 여름 영국으로 망명한 올레그·고르디예프스키는 근무시간 이후 불이 켜져 있는 관공서의 창문을 헤아린 일도 있었고 혈액은행에서의 시세변동도 점검했었다고 실토했다. 사소하게 보이는 그런 일들이 그들에겐 쓸모가 있었던 모양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소련과의 경제협력을 추진하는 과정에 있는만큼 기술의 누출에 대해 적어도 다른 나라 수준의 보호조치는 생각해야 한다. 미국이나 일본에서보다 한국에서 한층 손쉽고 보다 싼값으로 기술정보가 흘러나간다면 그것은 경제협력 이전의 문제가 된다. 남들도 다하는 자기 보호에서 우리라고 뒤질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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