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문동일 친척 이씨 “완벽한 방어”/제보 잇따르자 공범검거에 전력「목소리는 있으나 얼굴이 없다」
서울 압구정동 현대아파트 이형호군(9) 유괴살인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경찰은 사건발생 55일째,공개수사 12일째인 24일까지 결정적인 증거를 갖고 있으면서도 범인을 가려내지 못하고 있다.
경찰은 수사 초기부터 일찌감치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수차례 연행조사와 가택수색까지 한 이군의 외가 친척 이 모씨(29)에 대해 거의 단정적인 확신을 갖고 있으면서도 그로부터 범행과 직접 관련된 물증은 고사하고 어떠한 간접적 정황증거조차 찾아내지 못하고 있다.
한 수사간부는 이번 사건 수사를 『이씨 한 명을 상대로 전 수사력을 동원,유례없는 고도의 두뇌게임을 벌이고 있는 상황』이라고 표현했다.
경찰이 이씨를 범인으로 거의 단정짓고 있는 이유는 범인의 전화 목소리와 이씨 성문이 「동일」하다는 과학적 감정결과 때문임은 말할 것도 없다. 성문분석을 한 국립과학수사연구소측은 이 분석의 오차가 10만분의 1 이하이고 미 일 등에서는 지문과 같이 직접증거로 채택된다는 점을 들어 경찰이 이씨를 구속하지 못하는 것을 도리어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이다.
국립과학연구소측은 또 『전화가 46차례나 걸려와 분석대상이 충분하고 감도가 아주 좋아 착오가 날 여지도 전혀 없다』며 『전화목소리와 이씨 목소리는 완전히 동일하다』고 수차례 강조했다.
이씨의 완벽한 알리바이조차 도리어 그가 범인임을 시사하는 것으로 파악,이를 깨는 데 전 수사력을 집중했던 경찰은 이씨의 빈틈없는 방어벽(?) 앞에 속수무책이었던 데다 기대를 걸었던 거짓말탐지기 조사결과도 음성으로 나타나자 결국 주저앉을 수밖에 없었다.
당혹감에 빠져 있던 경찰이 다시 일말의 기대감을 갖고 기운을 회복하게 된 것은 지난주초 이군의 사체발견장소 부근과 인근 잠실아파트단지 주변에서 지난달말과 이달초 사이에 이군과 함께 있는 범인을 보았다는 제보가 잇따르면서부터.
경찰은 이때부터 수사방향을 완전히 바꾸었다.
즉 이씨를 범인으로 사건 진앙에 두고 사건 전체를 풀어나가는 추리형태의 연역적 방법 대신 가능한 한 많은 제보와 탐문에 의존,범인의 윤곽을 좁혀나가는 귀납적 방식으로 전환했다.
경찰은 이 방법을 통해 이미 다수의 목격자와 몽타주 등으로 얼굴이 노출된 공범을 검거하는 데 우선순위를 두고 있다.
경찰은 이에 따라 지난주부터는 수사요원들을 이군의 아파트 주변,사체유기장소 주변,목격자들이 지적한 잠실주공아파트 주변에 대대적으로 배치,잠복과 탐문수사를 벌이고 있다. 이 과정에서 잠실아파트단지에서 몽타주와 비슷하거나 최근 이유없이 행방을 감춘 20대 후반∼30대 초반의 남자 7∼8명의 신병을 확보해서 조사했으나 별다른 성과는 거두지 못했다.
경찰은 이번주가 수사의 최대 고비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주말까지 뚜렷한 진전을 보지 못한다면 장기화되거나 최악의 경우 영원히 미궁에 빠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시간이 갈수록 몽타주 등에 의한 제보의 신빙성이 떨어지는 데다 이미 수사방향이나 탐문지역 등이 노출될 대로 노출돼 있어 범인이 이 수사망에 걸려들 가능성이 점차 희박해지기 때문이다.<이재열 기자>이재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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