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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액 부정대출 횡령/염씨 검거 도운 김영대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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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액 부정대출 횡령/염씨 검거 도운 김영대 사장

입력
1991.03.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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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도 범죄도피처 안된다” 입증/9번 도미 끈질긴 추적 결실회사 직인을 위조해 50억원을 부정대출받아 미국으로 달아났다 22일 강제압송된 전 대성산업 기획관리계장 염병기씨(34)와 함께 서울로 돌아온 대성산업(주) 김영대 사장(50)은 미국이 더 이상 범법자들의 도피처가 될 수 없다는 첫 선례를 남긴 것을 가장 큰 보람으로 여긴다고 말했다.

김 사장은 지난 11개월 동안 사람 찾기가 「백사장에서 바늘 찾기」보다 어렵다는 미국을 9번이나 드나들며 염씨와 숨바꼭질을 벌이느라 미 전역을 헤맸다. 연 2백여 일의 미 체류기간 동안 김 사장은 국내선 비행기를 수십 번 바꿔 타고 서울·부산 왕복의 20배가 넘는 거리를 손수 운전해가며 집요하게 추적했다.

염씨를 체포하기까지 한미 양국 경찰 등 모두 12개 관련기관이 첩보영화를 방불케 하는 공조수사를 펴 끝내 체포했지만 이면에는 김 사장의 끈질긴 집념이 뒷받침됐던 것이다.

김 사장이 이처럼 염씨 체포에 남다른 집념을 보인 것은 대출금을 회수하는 것 외에 또다른 이유가 있다.

염씨 사건이 법정시비로 번진 뒤 원고인 시티뱅크측에서 김 사장이 은행대출금을 빼돌려 증권투자 등 재테크를 하다 여의치 않자 염씨를 미국으로 도피시켜 고의로 대출금 상환을 거부하는 것처럼 누명을 씌웠던 것.

은행관례상 상식 밖의 절차로 대출을 해준 책임을 전가키 위해 시티뱅크측이 개인 비난공세에 나선 것이라고 판단한 김 사장은 사태해결의 키를 쥐고 있는 염씨를 기필코 찾아야만 했다.

김 사장은 염씨와 단둘이 최종담판을 벌였던 지난 21일 밤을 잊지 못한다. 11개월의 대추적이 마감되는 극적인 순간이었다.

염씨는 보석금 1백50달러(한화 10만8백원 상당)만 내면 다시 풀려날 수도 있는 상황이었으나 고향에 있는 부친의 간곡한 권유를 받아들여 자진출국을 결심했다.

구속된 염씨는 미국에서 궁핍한 생활을 했을 정도로 부정대출받은 돈을 대부분 땅을 사두는 등 국내에 남겨놓고 달아난 것으로 밝혀져 상당부분 회수가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사장은 죄과를 깊이 뉘우치고 있는 염씨가 형을 마친 후 재기할 수 있도록 최대한 도울 계획이라고 말했다.<홍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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