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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일 쌀시장 개방싸고 외교전/부시,화해방미 일 외무에 강경촉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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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일 쌀시장 개방싸고 외교전/부시,화해방미 일 외무에 강경촉구

입력
1991.03.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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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미국쌀 전시중 철거/미 “발끈”… 보복 움직임/일선 해명급급… 통상마찰 이슈로걸프전쟁에의 기여문제로 사이가 벌어진 미국과 일본간에 쌀시장 개방문제가 다시 클로스업,일본이 곤욕을 치르고 있다.

부시 미 대통령은 지난 21일 워싱턴을 방문한 나캬아먀(중산태랑) 일본 외무장관에게 최근 국제식품전시회에서 미국산 쌀의 전시를 철거시킨 일본정부의 조치를 강한 어조로 비난했다. 이 사실이 전해지자 일본 조야는 묵은 상처가 다시 도진 듯 전전긍긍하고 있다.

관계정상화의 길을 모색하기 위해 서둘러 미국을 찾아간 나카야마 장관에게 부시 대통령은 『일본에서 미국쌀을 전시할 수없었던 것은 매우 유감이다. 미일 관계를 강화하려면 상대방을 화나게 하는 요소를 없애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베이커 장관도 나카야마 장관에게 같은 불만을 털어놓은 뒤 『우루과이라운드는 꼭 성공시켜야 한다』고 강조,일본의 쌀시장 개방을 다시 촉구했다.

그뿐 아니라 워싱턴시내에는 일본상품 불매운동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어 「미국쌀 철거사건」은 미일간의 통상마찰을 재연시키는 불쏘시개가 됐다. 강제로 전시미를 철거당한 데 불만을 품은 미국 정미업자협회가 『일본은 미국쌀을 사주지 않는데 뭣하러 일본 상품을 사는가』란 스티커를 거리곳곳에 내붙이고 있다.

그뿐 아니라 이들 업자들은 의회의 통상문제 담당의원 등 유력 정치인들에게 대일 보복 로비를 활발히 전개하고 있다.

한편 미 하원 면화·쌀·설탕소위는 22일 미국의 쌀 수입금지에 대한 보복으로 일본술의 수입을 금지하는 법안을 제출했다.

「미국쌀 철거사건」이란 지난 16일 폐막된 국제식료·음료전(FOODX91)에 전시됐던 미국쌀을 일본정부가 강제철거시킨 일이다. 3월12일부터 동경근교 마쿠하리(막장) 멧세란 곳에서 열린 이 전시회에는 미국쌀 협의회측이 선전을 위해 미국산 쌀을 전시했는데,폐막을 며칠 앞두고 일본 식량청이 국내법위반이란 이유로 강제 철거케 한 것이다.

일본정부의 설명에 의하면 일본측은 전시회개막 1개월 전부터 미국측에 전시가 불가능하다고 통보했는 데도 협의회가 일방적으로 전시했다고 한다. 일본이 제시하는 전시불가의 근거는 식량관리법과 시행령,농림수산부 고시 등이다.

쌀의 자급자족을 대원칙으로 삼아 농민들을 보호하고 있는 일본은 거래를 목적으로 한 외국쌀의 수입을 금지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측은 거래목적이 아니고 「소비자교육」이 목적이었으므로 전시할 수 있다고 주장하면서 쌀 전시를 강행했다.

공식문서로 불가방침을 통보했고 구두로도 여러 번 알렸는 데도 미국측이 쌀을 전시하자 일본은 『자진철거하지 않으면 강제철거하겠다』는 최후통첩을 보내기에 이르렀다.

이 같은 강경태도에 놀란 미국쌀 협의회는 『의회와 정부에 압력을 넣어 문제를 삼고 말겠다』고 윽박지르며 자진철거하고 말았다. 이 사실은 즉시 미국언론에 대대적으로 보도됐고,경고대로 대통령이 강한 유감의 뜻을 표함으로써 외교문제로 비화되고 말았다.

예상하지 못했던 파동이 일어나자 일본 식량청장은 22일 황급히 기자회견을 자청,일본정부의 조치가 당연하고 정당했음을 누누히 설명했다.

농수산부 관리들 사이에는 미국 대통령이 자국업자의 일방적인 변명만 듣고 발끈해 외교회담 석상에서까지 그 문제를 들고 나온 것을 불쾌해 하는 소리도 있다.

그러나 외무부와 통상관련 부처에서는 그런 알레르기성 반응을 못마땅 해하는 소리가 더 큰 것 같다. 이왕지사 문제가 된 일을 시시비비 따져봐야 이로울게 하나도 없다는 약자의 보신책이다.

어쨌건 이번 쌀사건으로 일본이 피하고 싶은 대미 통상마찰문제는 재연되고 말았다. 걸프전쟁 공헌문제로 미국으로부터 인심을 잃은 일본은 대미 관계회복을 위해 눈물겨울 만큼 성의를 표하고 있지만 혹을 떼려다 하나 더 붙인격이 되고 말았다.

『미국의회의 대일 불신은 걸프전쟁 때문이 아니라 무역문제 때문』이라는 부시 대통령의 발언은 구체적으로는 쌀시장 개방을 계속 거부하는 일본정부에 대한 직접적인 압력이다.

한동안 잊혀졌던 우루과이라운드 문제는 일본을 디딤돌로 삼아 곧 한국에 상륙할 것임이 분명하다. 일본과 미국의 「쌀 사건」은 그 시그널로 볼 수 있다.<동경=문창재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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