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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6년만의 최대위기」 맞은 두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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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6년만의 최대위기」 맞은 두산

입력
1991.03.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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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목점서 시작 「OB」로 성장한 “먹고 마시는 재벌”/「페놀」 소각비용 월 5백만원 아끼려고 “환경파괴”/불매운동 확산땐 그룹 흔들두산그룹(회장 박용곤)이 계열사인 두산전자의 페놀방류사건으로 창업 1세기(96년) 만에 최대의 경영위기를 맞고 있다.

OB맥주 코카콜라 등 먹고 마시는 사업에 주력해온 재벌 두산이 사람 목숨에도 영향을 줄 수 있는 수돗물을 치명적으로 오염시켰다는 데서 국민들은 더더욱 배신감과 분노를 느끼게 되는 것 같다.

그룹의 주력상품인 OB맥주에 대한 불매운동이 벌써부터 시작돼 전 그룹 제품으로 확산될 경우,그룹 전체가 입을 물질적 타격도 심각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두산은 3대째 경영인맥을 이어오는 동안 다른 재벌과 달리 큰 무리 없이 「모나지 않은 점잖은 재벌」로 가꾸어온 그룹 이미지가 이번 사건으로 완전히 무너지는 것을 두려워하고 있다.

박 회장이 직접 진두지휘를 하며 보상문제를 포함,전 사세를 기울여 사고수습에 나서고 있으나 결과는 미지수다.

두산그룹은 1896년 현 종로4가에서 창업주인 박승직 회장이 포목점인 박승직상점을 개업하면서 시작됐다.

이 상점은 포목뿐만 아니라 목면·식량·마포 등으로 영업종목을 확대하고 국내 최초의 제조화장품인 「박가분」을 판매하는 등 번창하며 일제시대 때 이미 주식회사 형태를 갖췄다.

그러나 오늘날의 재벌 모습을 갖춘 것은 2대째인 고 박두병 회장이 동양맥주를 그룹 주력기업으로 키우면서부터이다.

60∼70년대의 개발기를 맞아 두산은 식품·기계·유지·전자 등으로 그룹 영역을 확대해 현 박 회장 체제가 출범한 이후에는 총자산 1조8천억원으로 재계 14위에 랭크된 중견재벌로 성장했다.

그룹 계열사는 총 22개에 지분을 참여하고 있는 투자회사도 동남증권 등 5개사에 이르고 총매출(89년말 기준) 2조4천억원에 당기순익은 1백60억원.

이같은 맘모스재벌이 월 5백만원밖에 들지 않는 페놀소각기 운영비를 아끼려다 그룹 전체가 뿌리부터 흔들리는 어처구니없는 봉변을 당하고 있는 것이다.

두산그룹은 그 동안 이번 사건을 제외하곤 부동산투기나 탈세 같은 파렴치한 「사고」가 없어 재계에서는 괜찮은 재벌로 통해왔으나 사업내용을 보면 건전치 못한 면도 다분히 있다.

우선 먹고 마시는 소비성 재벌로 동양맥주가 9천억원의 매출을 기록하고 있는 것을 비롯,음식료가 전체매출(2조4천억원)의 절반이 훨씬 넘는 1조8천억원대를 차지하고 있다.

유명상표를 봐도 동양맥주·코카콜라·썸씽스페셜·켄터키후라이드치킨·커피·암바사 등 음식료가 주류이다.

또다른 두산의 별명은 「로열티그룹」,주로 외국상표를 비싸게 사다가 사세확장을 해왔고 재벌 중 가장 많은 로열티를 지불한 데서 비롯된 별명이다.

단일 소비성 품목으론 제일 비싸게 치른 켄터키후라이드치킨을 비롯해 코카콜라·버드와이저·레벤브로이·패스포트·씨그램진·코닥칼라 등이 대표적인 로열티 상품이다.

두산은 이같은 달갑지 않은 별명으로 항상 속앓이를 했었는데 이번 사건으로 「환경파괴」기업이란 오명을 추가로 얻게 됐다.<이백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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