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련의 신연방조약 안에 대한 국민투표는 투표 및 지지율이 모두 76% 선을 넘어 또다시 「예상을 깬」 고르바초프의 승리로 귀착됐다. 이로써 개혁자 고르바초프는 소 연방체제의 해체,재조직이란 역사적 과업의 마무리에 착수하게 됐다.이와 관련,지적되고 있는 것은 대부분의 서방언론이 고르바초프 개혁의 증대고비마다 논리적 근거가 희박한 위기론,실각설에 매달려 역사적 변혁을 예견하는 데 실패해 온 전철을 다시 밟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같은 서방 언론의 자세는 소련의 변화를 「위기 지향적」으로만 보는 냉전적 편견을 벗어나지 못한 때문이다.
고르바초프가 민주화 개혁의 부산물인 발트 3국 등의 독립요구로 자신이 판 「함정」에 빠졌다고 보는 것 부터가 동구해방이 고르바초프의 의도가 아니었다고 규정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크렘린의 「선의」를 인정치 않으려는 냉전적 발상이다. 고르바초프는 동구권 해방과 같은 맥락에서 거대 통제체제 유지의 부담을 덜기 위해 소 연방체제의 개편을 추진해 왔다.
고르바초프는 페레스트로이카 발진과 함께 발트 3국의 민주화를 가장 먼저 조장했었다. 이는 이들의 개혁·독립요구를 체제변혁에 최대 장애인 소련의 중추 러시아공화국의 수구 적틀을 허무는 데 선도역으로 이용키 위한 전략으로 풀이됐었다. 따라서 발트 3국의 완전 독립요구로 빚어진 갈등은 체제전체의 변혁 대세 속에서는 부차적 문제였다.
지난해말 발트 3국에 대한 무력개입도 치안유지차원 이었다. 미국 최고 권위의 소련 전문가 조지·캐넌은 이를 「학살만행」으로 비난한 서방 언론을 『황색언론을 넘어선 무지개빛 언론의 냉전적 선전가담』이라고 비판했었다.
그리고 고르바초프는 발트 3국 등 변방 공화국들의 사실상 독립을 허용,신연방조약 안 수용을 애써 설득치 않을 것이고,소련은 새로운 협력관계의 틀 안에서 존속할 것으로 예상돼 있다.
옐친 러시아공화국 최고회의 의장과의 「권력투쟁」을 상정하는 것 역시 냉전적 발상이다. 옐친의 측근인 코로디치아가뇨크지 편집장은 지난해 기자에게 『옐친과 고르바초프는 서로 교감하고 있다』고 밝혔었다. 이번 국민투표를 둘러싼 옐친의 맹렬한 공세와 논쟁은 결과적으로 투표 참여율을 높인 것으로 분석된다.
소련의 역사적 변화를 바로 보기위해서는 냉전적 시각의 허물을 벗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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