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인들 불매운동 전개등 사건 계속 확산/뉴욕 청과상사건과 연결 인근주 번질 듯지난 16일 발생한 「LA 한인마켓 흑인소녀 피살사건」이 지역사회 한흑 지도자간의 중재노력에도 불구,갈수록 확대양상을 보이고 있다. 더욱이 지난해 뉴욕에서 일어난 한인 청과상 「레드애플」사건과 이어지며 해묵은 한흑간의 인종분규 갈등이 불거져 자칫 1세기를 넘긴 한인 이민사회의 생활기반마저 흔들 우려가 일고 있다.
사건의 발단은 16일 상오 9시45분께 LA 피게이로어가 엠파이어마켓에서 혼자 가게를 보던 여주인 두순자씨(49)와 15세의 흑인소녀 나타샤·할린스양 간에 물건을 둘러싼 언쟁에서 비롯됐다.
가게 안에 설치된 3대의 CCTV 테이프를 분석한 LA 경찰은 할린스양이 돈을 빼앗으려거나 문제의 주스를 훔치려하지 않았으며 두씨가 뒤돌아 나가는 할린스양의 뒷머리를 향해 38구경권총을 쏘아 살해했다고 결론지었다. 그러면서 이 사건은 분명히 한흑간의 인종분규는 아니며 고객과 상점주인간의 다툼에서 발생한 것이라고 규정했다.
1급 살인죄가 적용,기소된 두씨의 인정신문은 지난 19일 하오 캄톤뮤니시펄 법정에서 열렸으나 두씨의 건강상태가 나빠 오는 4월2일 재개할 예정이다.
두씨는 이날 경찰의 부축을 받으며 출두했는 데 소진한 모습에 오른쪽 눈가에는 퍼런 멍이 들어 있었다. 두씨의 가족과 변호사는 이를 들어 흑인소녀가 먼저 두씨를 가격했으며 공포에 질린 두씨가 평소 호신용으로 카운터에 두었던 권총을 꺼내 발사한 정당방위였다고 주장하고 있다. 가족들은 『최근 LA에서 발생한 흑인구타 경찰가혹행위로 궁지에 몰린 경찰이 흑인의 관심을 이사건으로 돌리기 위한 술책』이라며 『경찰발표 내용은 모두 거짓』이라고 흥분해 하고 있다.
LA 한인사회에서는 사건의 진위야 어찌됐든 당장 발등의 불부터 꺼야한다는 데 주력하고 있다. 그 동안 쌓았던 한흑간의 우호친선 채널을 모두 동원,불길을 잡는 데 주력하고 있다.
그러나 흑인사회에서는 평소 한인들이 흑인에 대해 갖고 있던 편견·멸시가 이 사건의 밑바탕에 깔려 있다고 믿고 있다.
때마침 시의회선거와도 맞물려 이 사건은 보다 증폭되고 있다. 사건이 난 지역구의 시의원인 친한인사 로버트·패럴의 임기가 올해 끝남에 따라 이를 겨냥한 흑인 출마지원자들이 시위주도와 지역사회로부터의 한인 축출을 공약으로 내걸며 쟁점화했다.
이에 자극받은 일부 흑인들은 20일 밤 사건이 난 엠파이어마켓 인접의 「잭보틀 앤드 주니어」리커상에 들어와 「돈만 아는 한인」 「살인자 한인」 등 인종모독적 욕설을 가하고 한인 여주인을 주먹으로 구타하고 사탕을 훔쳐 달아나는 폭동양상을 보였다.
또 흑인사회에 강력한 영향력을 지닌 흑인기금조성 후원단체인 「브라더 후드크루세이드」는 21일 엠파이어마켓 앞에서 시위를 갖고 흑인에 불친절한 한인가게에서 물건을 사지말자는 불매운동을 촉구했다. 이들은 악덕 한인가게들이 문을 닫을 때까지 계속 시위를 강행할 것이라고 결의했다.
지난해 뉴욕 「레드애플」사건에 이어 또다시 터져나온 한흑 인종분규문제는 다른 주에 마저 파급,한인이민사회의 터전이 상당히 피해를 볼 우려마저 낳게 하고 있다.
남가주 식품상협회 회장 김치현씨는 타지역 한인단체로부터 『빨리 불을 꺼달라』는 독촉전화가 연일 쇄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 한인은 『지난 10년간 LA지역에서만 흑인강도·흑인에 의해 살해된 한인가게 주인·종업원 수가 39명에 이른다』고 전제,『사건 당시 두씨의 피해 강박의식도 고려해야 한다』고 두둔한 뒤 한흑 간에 쌓여 있는 불신·오해의 벽을 허물지 않는 한 미국 내 소수민족인 한흑인 모두 피해자 일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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