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상대방이 먼저 제의”… 녹음·공개배경등 의혹/당 차원의 이전투구로 확대전북 고창군 흥덕면 지방의회선거의 후보 담합사퇴 기도 파문은 여야의 공방이 21일로 이어지면서 후보사퇴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서로가 상대의 약점을 잡기 위해 의도적으로 진행시킨 사건으로 정리되고 있다.
평민당이 지난 20일 평민당원인 신세재 후보(47)를 상경시켜 사퇴 담판현장의 대화를 담은 녹음테이프를 공개했으나,민자당측도 이날 같은 대화의 녹음테이프를 즉각 제시,「기다렸다는 듯」 반격을 가했다는 점이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따라서 어느 쪽의 의도가 선행됐는지,혹은 누가 옳은지의 문제나,사건의 진상여부를 떠나 여야가 열중하는 공방 자체가 「흙탕물 속의 싸움」이라는 게 중론이다.
○…사건이 「폭로」된 것은 지난 20일 신 후보가 평민당 중앙당사에서 녹음테이프 공개와 함께 기자회견을 갖고 민자당의 이백룡 후보(57)가 1억5천만원을 대가로 자신의 후보사퇴를 제의했다고 주장하면서부터.
이에 대해 민자당측도 양측 선거참모간의 사전접촉 내용과,이신 두 후보의 직접대화 내용을 녹음으로 공개하고 돈을 요구한 쪽은 신 후보였다고 반박했다.
이처럼 상호 녹음이 엇갈리자 평민당의 김대중 총재는 21일 기자간담회에서 『민자당 주장대로 이쪽에서 돈을 요구했다면,신 후보가 돈을 받고 말 일이지 무엇 때문에 폭로를 했겠느냐』고 민자당을 재반박했다. 그러나 민자당측은 이날 신 후보가 상경한 지난 20일 양측의 교섭창구였던 신 후보의 선거참모 김용균씨가 이 후보 사무실로 찾아와 나눈 대화내용을 또 공개,이 자리에서 김씨가 『(신 후보가) 현찰을 주면 딱 받으려고 변동이 없더라』고 말한 것으로 주장했다.
○…양측의 이같은 주장을 종합해보면 두 후보가 신 후보의 사퇴를 전제로 1억5천만원을 주고받기로 약속한 것만은 분명하다.
그러나 사건의 실체적 진실을 파악하기에는 숱한 의문점이 떠오른다.
우선 두 후보 중 어느 쪽이 먼저 「담합」을 제의했느냐는 점이다.
이에 대해 이 후보측은 『신 후보측의 김용균씨가 이 후보의 선거운동원인 김상준씨를 김씨 문중회의에서 만나 신 후보의 사퇴의사를 전한 뒤 지난 14일 상오 10시 역시 이 후보의 선거운동원인 채상진씨에게 전화를 걸어 만나자고 제의했다』고 주장했다.
이 후보측은 『전화로 얘기하자고 했으나 몇 차례 요구해와 만났더니 김용균씨가 1억8천만원을 주면 신 후보가 사퇴할테니 성사시키자고 했다』면서 『당시 채씨는 내가 결정할 문제가 아니라고 했다』고 밝히고 있다.
이 후보측은 특히 녹음테이프를 통해 17일 하오 신 후보와 단독대좌한 자리에서 이 후보가 『자네가 나를 만나자고 한 것이 거짓말인 줄 알았어. 내가 돈 준다는 것이 아니고 자네 쪽에서 여러 차례 요구했다니까』라고 했고 신 후보는 『내가 용균이 데리고 사표 써버리면 끝난다』고 한 것으로 주장했다.
이 테이프에는 또 이 후보가 『1억원은 줄 수 있으나 1억8천만원은 줄 수 없다』는 부분도 들어 있다.
그러나 신 후보측은 『이 후보측에서 선거가 시작되기 10여 일 전 친한 선배를 통해 5천만원을 줄테니 물러나라는 제의를 해왔으나 거절했다』고 이 후보 주장을 부인하고 있다.
또 신 후보가 공개한 이 후보와의 대화내용 녹음테이프에는 이 후보가 『군의회 의장을 하려면 표를 3분의2 이상 얻어야 한다. 내가 1억원을 주고 사업자금을 무이자로 몇천만 원 밀어주마. 저 ×같은 놈은 이백룡이 돈 먹고 그런다는 말이 나오더라도 사표 딱 내놓고 절대 피하지 말아야 한다』고 한 대목이 들어 있다.
○…두 후보가 각기 상대방을 만나면서 대화내용을 녹음했고 다시 그 내용을 공개한 배경도 의혹에 싸여 있다.
이에 대해 이 후보는 『후보사퇴를 종용키 위해서가 아니라 선관위에 고발할 목적으로 물적 증거를 잡기 위해서였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신 후보는 『매수공작의 증거를 확보하기 위해서였지 정말로 후보를 사퇴할 뜻은 없었다』고 반박하고 있고 김대중 평민당 총재는 『이 후보측은 매수시도 사실을 폭로하려 하자 자신이 사퇴할테니 폭로는 하지 말아달라고 요청까지 했다』고 덧붙이고 있다.
이같은 양측의 해명은 상식적으로 판단할 경우,특히 대화내용을 녹음한 지 무려 2일이 지나서야 공개한 점에 비추어서도 딱부러지는 설득력을 지니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오히려 여러 가지 정황으로 미루어 두 후보 차원을 넘어 당 차원의 계략과 의도가 당초부터 짙게 깔려 있지 않았겠느냐는 강한 추측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양측을 오간 김용균씨의 정체도 수수께끼다.
이 후보측은 김씨가 『3월초 민자당을 탈당,신 후보의 선거참모로 활동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으나 신 후보측은 『친구』라고 했고 평민당 현지 지구당은 『신 후보의 선거운동원이 아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렇게 본다면 결국 사건의 열쇠는 김용균씨가 쥐고 있다고 할 수 있으며 따라서 담합사실을 확인하고 두 후보를 구속키로 한 검찰수사에 의해 제의의 선후관계 등 진상이 가려질 수밖에 없다고 하겠다.<조재용 기자>조재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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