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천도 거품·쓰레기 덮여/회사측 처리과정등 일체함구/구미 주민들 수돗물 공포증 극심【구미=신윤석 기자】 낙동강 상수원을 오염시킨 구미공단 두산전자의 하수구에선 21일 하오에도 검붉은 폐수가 계속 흘러나오고 흰거품이 덮여 있었다.
사람이 드나들 수 있을 만한 정사각형 하수구에서 나오는 폐수는 진한 소독약냄새와 매운내가 섞여 있었다.
경북 구미시 구포동 구미공단 2단지 두산전자는 이날 3백70여 명의 종업원이 정상조업을 했으나 외부인의 출입과 보도진의 접근을 막았다.
공장관계자들은 『상부 지시라 누구도 들어갈 수 없다』며 『폐수비밀배출구 따위는 있지도 않다』고 주장했다.
문제의 페놀수지는 이 공장의 주생산품인 한국공업규격(KS) 4655호 인쇄회로용 동박적층판(Paper phenolic)의 재료인 것으로 밝혀졌으나 공장측은 공정 및 폐수처리 과정에 대해서는 일체 공개를 거부했다.
그러나 1만7천평 규모의 공장 뒤편 밭 아래를 1백여 m 가로질러 옥계지천에 연결돼 있는 시멘트 하수구에선 검붉은 물이 계속 흘러나왔고 이 하수구에서 1백여 m 떨어진 하류 쪽 지름 1m 가량의 둥근 시멘트 하수관에서도 회색 및 폐수가 쏟아져나왔다.
폭 40여 m의 옥계지천은 물이 많이 빠져 있어 곳곳에 폐수찌꺼기가 딱지처럼 엉겨붙은 바닥이 드러나 있었으며 각종 깡통 등 쓰레기더미가 천변에 쌓여 있었다.
또 개천변은 오랜 폐수의 침식 때문인 듯 모래도 아니고 뻘도 아닌 상태의 흙이 발목까지 빠질 정도로 썩어 있었다.
옥계천변에 사는 주민 정갑년씨(52·여·농업·구미시 거의동324)는 『늘 악취가 나고 시커먼 물이 흐르는데 비오는 날엔 더 심하다』며 『개천바닥을 30㎝만 파도 거무죽죽하게 썩은 모래가 나온다』고 말했다.
또 김경식씨(45·정미업·거의동 344의1)도 『지난해 9월 개천에서 30여 m 떨어진 우물에서 폐수가 나와 우물을 묻어버렸다』며 『상류에서 내려온 고기들이 이 부근을 지나면 모두 죽어서 떠내려간다』고 말했다.
구미시내에서도 수돗물 공포는 극심해 집집마다 금오산 약수터에서 떠온 물을 식수로 사용하고 있다.
원평1동 송원장여관 주인 김 모씨(50·여)는 『욕실에 수돗물을 받아놓으면 악취가 나 손님들의 불평이 심하다』고 호소했다.
옥계천 물을 농업용수로 쓰고 있는 옥계·거의동 주민들은 『최근 논일을 보고 나온 뒤 피부병을 앓았던 적이 많았다』며 『어떤 때는 물색깔이 12가지 이상으로 변하고 악취가 코를 찌른다』고 말했다.
두산전자 주변에는 구미시의 분뇨를 처리하는 위생처리장과 독극물을 제조하는 S사,산업쓰레기처리업체인 K사 등까지 몰려 있어 주민들의 공해공포증은 극에 달해 있다.
이들은 거의 모두 폐수로 인한 피해경험이 있어 개천물에 이상이 있을 때마다 사진을 찍어 관계기관에 진정했으나 제대로 조사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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