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입찰 확대 인상효과… 값 상승 부채질/실수요자 보호명분 퇴색 우려정부가 또다시 주택정책에 손을 댐으로써 주택가격이 태풍의 눈으로 등장하면서 아파트 공급체계에도 일대 혼란이 예고되고 있다.
건설부가 21일 청와대에 보고한 주택정책개선방안은 그 취지야 어떻든 정부의 정책을 믿고 순응했던 수많은 사람들에게 또 한 번 피해를 안겨줌은 물론 그렇잖아도 신뢰성이 없는 정부정책에 믿음을 다시 한 번 깎아 내리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소급적용이라는 초법적 조치까지 동원한 이번 주택정책개정은 졸속행정이라는 비난도 면할 수 없는 입장이다.
주택정책이란 교육정책과 마찬가지로 정책에 장기성이 결여되면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는 법이다. 주택이란 것이 일반 상품처럼 쉽게 사고 팔 수 있는 것이 아니고 장기계획에 따라 돈을 모아야 하고 인생설계와 함께 계획되고 마련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에 정부의 주택정책도 이에 부응,주택을 마련하려는 사람들에게 장기적으로 계획하고 준비할 수 있는 여유를 가질 수 있게 해주어야 하는 것이다.
1∼2년이 멀다하고 제도를 바꾸고 1년에도 몇 번씩 정책을 바꾸는 것은 주택정책으로서는 금물이다. 그러나 건설부의 주택행정을 보면 주택정책이 주거안정을 위한 것이 아니라 주거불안을 조장하는 정책이라는 인상을 지울 수 없을만큼 제멋대로다.
일관성이 생명인 주택정책이 장관이 바뀔 때마다,무슨 사건이 터질 때마다 그때그때 바뀌어 부동산가격을 안정시키기는 커녕 가격폭등과 투기를 부채질해 왔다.
이번에도 장관이 바뀐 지 한달여 만에 주택제도에 손을 대 잠잠하던 아파트시장에 파문을 일으킨 격이 되고 말았다.
주택공급규칙이 도입된 이후 10년간 19번이나 바뀌었다고 하니 전반적인 주택정책에서 일관성을 찾는 것 자체가 무리다.
물론 신도시에서 채권입찰제 대상주택을 확대하고 1순위 청약제한을 25.7평까지로 확대하는 한편 주택조합의 지침을 대폭 강화한 정부의 취지는 납득이 안 가는 것이 아니다. 투기수단으로 주택을 청약하는 것을 차단하고 대신 실수요자들에게 주택이 돌아갈 수 있는 기회를 확대하겠다는 정부의 취지에 반대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이같은 취지에 따라 주택제도를 개정한다면 지금까지 정부의 정책을 믿고 따랐던 사람들에게는 피해를 주지 않아야 옳다. 1순위 청약제한 소유주택 규모를 하루아침에 40.8평으로 정해 기존가입자들에게까지 소급적용한다는 것은 어떤 이유에서든 합리화될 수 없는 조치다.
정부는 무주택 서민을 위해 가진 사람이 좀 양보해야 되지 않겠느냐고 설명하고 있지만 정부를 신뢰하고 따르던 대다수 국민들을 정부 스스로가 무시해 버리고 약속을 파기한다는 것은 횡포가 아닐 수 없다.
앞으로 개정된 주택정책을 따르는 사람들도 정부의 태도여하에 따라 언제 느닷없는 변덕으로 불이익을 당할지 알 수 없는 노릇이다.
이번에야말로 정말 믿어도 된다고 말하지만 그런 말 역시 항상 해오던 것이다. 투기조장에서 결정적인 것은 불안심리인데 정부가 이제는 무슨 말을 해도 안 믿게 됐으니 투기억제가 근원적으로 불가능하게 된거나 마찬가지다.
수백만명의 이해가 얽힌 중대한 제도·정책의 변경을 몇 사람이 밀실에서 단시간에 처리해버린 행정태도도 납득할 수 없다.
물론 정부의 취지는 옳다. 아파트 당첨과 동시에 생기는 막대한 불로소득과 이에 따른 청약과열을 막고 무주택 실수요자에게 내집 마련의 기회를 넓혀준다는 것은 바람직한 조치다. 일부 부동산 투기꾼들의 악용소지만 막는다면 주택전산화라는 장치와 함께 투기를 잡고 장기적으로는 아파트가격도 잡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긍정적인 평가도 나오고 있다. 대다수 국민들은 이 취지에 찬성하면서도 좀더 순리적으로,충격을 줄이면서 처리할 수 있었는데 하는 아쉬움을 금할 수 없다.
조합주택의 무자격자에 대한 자격박탈도 정부설명대로 반드시 옳은 것이라고만 할 수는 없다. 제도는 만들어 놓고 행정력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자격이 없는 사람의 가입을 인정하고 요건이 충분하지 못한 조합의 설립인가를 묵인해준 정부가 전산화가 이뤄졌다는 이유로 일거에 무자격자를 색출하겠다는 것은 편법이긴 하지만 관례를 따라온 상당수의 주택조합가입자들에겐 엄청난 충격이 아닐 수 없다. 자격엔 미달하지만 조합주택에 기대를 걸고 집을 처분한 사람 등 피해자들의 속출로 대부분의 주택조합들이 혼란에 빠져 있다. 이같은 혼란과 동요는 근본적으로 정부가 직무를 태만했기 때문에 일어난 것으로 봐야 한다.
이번 개정내용에는 포함되지 않았지만 분양가 인상문제도 최대의 관심사항 중의 하나다.
정부는 자재비와 인건비의 상승을 그대로 반영,건축비를 15.3% 인상하는 안과 9% 수준의 한자리 수로 인상하되 사후에 물가인상분의 50%를 반영하는 안을 놓고 관계부처 협의를 한 결과 두번째 안을 채택키로 내부결정했다가 물가문제 때문에 발표를 미뤘다. 그러나 주택건설업자들이 건축비를 인상해주지 않으면 분양을 않겠다고 버티고 있어 조만간 건축비 인상에 따른 분양가 인상은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번의 주택정책개정에 이어 분양가마저 인상한다면 주택시장에 예측불허의 돌풍이 예상된다. 채권입찰제 확대로 40∼50%의 분양가 인상효과가 나타나 자연히 기존아파트가격을 상승시킬 것이 예상된다. 이미 호가상승현상을 빚고 있는 중대형 아파트의 상승세는 더욱 심할 것으로 보인다.<방민준 기자>방민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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