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0월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민간인 사찰 파동을 계기로 금년 1월1일 국군 보안사령부는 「국군기무사령부」로 개칭하고 기구를 대폭 축소하면서 새롭게 발족했다. 국방부는 이렇듯 기무사로 명칭을 바꾸는 것을 계기로 참신한 이미지의 구축과 민간인의 사찰엄금 등을 다짐한 바 있다.그러나 석달도 채 지나지 않아 복학생 등 민간인에 대한 사찰이 계속되고 있음이 폭로돼 우리를 아연실색케 한다. 이번에 밝혀진 기무사의 사찰대상자 12명은 모두 서강대의 재학생이거나 휴학생들로 알려져 있으나 그 밖에 다른 대학생들에 대한 사찰도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국방부 당국자는 민간인에 대한 조사사실을 시인했으나 이는 해당지역 기무사가 경찰과 안기부의 협조를 얻어 군과의 연계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것이라고 그 의미를 축소시키고 있다. 그러나 국방부의 해명을 액면 그대로 믿는 국민은 별로 없을 것이다. 국민의 반대여론에도 불구하고 군수사기관이 여전히 민간인을 사찰하고 있다는 점에 실망과 분노를 느끼고 있을 것이다.
특히 이종구 국방부 장관이 구랍 보안사의 민간인 사찰과 관련,기자회견을 갖고 『보안사는 대민사찰의 권리도 책임도 없으며,재발방지에 노력하겠다』고 철석같이 약속했던 점을 상기할 때 이번의 기무사의 민간인 사찰 폭로사건은 군수사기관의 대국민 신뢰를 저버리는 행위라고 아니할 수 없다.
평민·민주·민중 등 야당은 국군기무사의 민간인 사찰과 관련,성명을 발표하고 『기무사가 과거 보안사와 다름없이 여전히 민간인을 사찰하고 있는데 경악과 분노를 금할 수 없다』면서 재발방지의 제도적 보장책을 요구하고 나섰다. 이 같은 야당의 강경한 자세로 미뤄 기무사의 민간인 사찰사건은 재발방지를 위한 제도적 보장책을 에워싸고 여야의 정치쟁점으로 부각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 동안 우리가 기회있을 때마다 군수사기관의 대민사찰의 근절을 주장해온 것은 군의 민주화와 국민으로부터 사랑과 신뢰를 받을 수 있는 군의 위상을 확립하기 위해서였다. 군사문화로부터의 졸업을 위해서였다.
이제 기무사의 대민사찰의 일단이 폭로된 이상 국방부 장관은 구차스러운 변명을 할 것이 아니라 당초의 약속대로 군수사기관의 대민사찰을 일체 중지시키고 기무사 본연의 임무에만 충실하도록 즉각 시정조치할 것을 당부한다. 그 같은 결단이 실현돼야만 기무사는 과거 「월권」과 언론대학살 그리고 삼청교육대의 대명사처럼 불려온 보안사의 어두운 그림자를 씻고 새로운 자세로 탈바꿈할 수가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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