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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나간 걸프유가」 선물시장 무시한 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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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나간 걸프유가」 선물시장 무시한 탓”

입력
1991.03.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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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회성 에너지경제연원장 분석/“석달∼1년앞 값 결정… 현물시장에 결정적/시장 생긴후 「대사건」 경험 못해 과소평가/하락 예측한 사우디 석유국장 「미친사람」 취급당해유가전망에 관한 에너지 전문가들의 견해는 과연 믿을 만한 것인가. 걸프전을 앞두고 고유가를 전망했던 내로라 하는 세계 유슈한 에너지 전문기관들의 예측이 보기 좋게 빗나가자 이 같은 유가전망 불신론이 강력히 대두되고 있다.

국내외 석유전문가들은 한결같이 유가가 개전 후 배럴당 40∼60달러로 치솟을 것이라고 전망했지만 다국적군의 공습이 시작된 지 불과 3시간 만에 중동 두바이유가 25달러 대에서 14달러 대로 폭락했고,이 같은 저유가 추세는 두 달이지만 현 시점까지도 계속되고 있다.

결국 걸프전은 유가전망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가를 일깨워 주는 또 다른 교훈을 남긴 셈이지만 정보수집 및 분석능력이 뛰어나다는 소위 「전문기관」들에서 어떻게 정반대로 전망을 하게 된 것인지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 하고 있다.

이번 유가전망이 크게 빗나갔던 진정한 원인은 어디에 있었던 것인지 국내 「에너지전문가」인 이회성 에너지경제연구원장으로부터 들어본다.

­유가하락을 예측한 전문가는 혹시 없었는가.

▲한 사람 있긴 있었다. 사우디의 석유국장으로 그는 한 비공식 세미나에서 개전 후 3일 이내에 14달러 대로 폭락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물론 이에 아무도 귀 기울이지 않았으며 일부에서는 그가 「41달러」를 「14달러」로 잘못 발음한 것이라고 빈정댔는가 하면 「미친 사람」이라고까지 공박했다. 죄우간 그의 주장은 결과적으론 맞았지만 사우디정부의 입장을 의도적으로 대변한 것인데다가 조건으로 제시했던 「이라크정부가 3일 이내에 무너진다면」 이라는 가정도 틀렸기 때문에 큰 의미를 부여할 수는 없다.

­그렇다면 거의 모든 석유전문가들이 이렇게 철저하게 빗나간 전망을 하게 된 이유는.

▲물론 미국측의 철두철미한 전쟁수행능력 및 의지,국제에너지기구(IEA)의 신속한 대규모 비축물량 방출발표,각국의 에너지소비절약대책 등을 정확하게 예측하지 못한 면도 있었지만 가장 큰 이유는 지난 84년부터 본격적으로 가동된 국제원유 선물시장의 기능과 역할을 과소평가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지난 2차 오일쇼크 때는 현물시장밖에 없었기 때문에 돌발사태(이란혁명 후 원유생산 중단)가 일어나자 심리적인 분위기가 유가를 좌지우지하는가 하면 마치 부동산과 같이 호가되는 가격이 그대로 실제가격으로 굳어져 버리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선물시장에서는 전문적인 석유거래상들이 치열한 정보전을 벌여 3개월,6개월,1년 뒤 등의 유가를 미리 결정하고 이 선물가격이 현물시장에도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따라서 기본적으로 원유가 남아돌아 유가가 떨어질 수밖에 없는데도 단지 전쟁이 발발했다는 사실이 심리적인 영향을 미쳐 유가가 폭등하는 상황이 발생하기 어려운 것이다.

­만약 선물시장이 없고 다른 조건(미국의 전쟁수행 능력 등)은 변하지 않았다면 유가는 어떻게 됐을 것이라고 보는가.

▲상당히 올랐을 것 같다. 석유 전문기관들은 원유가공급 과잉이라는 사실을 잘 알면서도 과거의 예에서 보듯 전쟁이 나면 일시적으로 유가가 폭등할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러나 선물시장이 바로 이 같은 일시적인 유가폭등 가능성을 잠재웠다고 본다.

­그러면 선물시장의 기능을 왜 전문가라는 사람들이 간과했는가.

▲선물시장이 생긴 후 이번 같은 대사건을 치러보지 못했기 때문인 것 같다. 나 자신도 지난해 8월 걸프사태 이후 현물시장에서는 25∼35달러로 등락이 다소 심했지만 6개월 또는 1년 뒤 선물가격은 거의 18∼20달러에서 고정되는 것을 보고 이것을 어떻게 해석해야 될지 고민했었다. 나중에 지나고 보니까 ▲이번 사태가 단기간에 끝날 것이라는 점 ▲장기적으론 원유공급 과잉으로 저유가가 필연적이라는 점 등을 의미하는 것임을 알 수 있었다.<방준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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