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가 94학년도 실시를 목표로 마련했던 당초의 대입시 개선안은 「내신 40% 이상+대학교육적성시험 30% 이상+대학별고사 30% 이내」였으며 적성시험은 1회 실시로 돼 있었다. 이 개선안은 1월8일의 대통령 연두회견 이후 갑자기 변경돼 1월21일의 업무보고에서 교육부는 「적성시험 2회·반영율 대학자율」 방침을 밝혔다. 이에 대해 중교심은 1월23일 2회 실시에 이의를 제기하더니 2월1일엔 이를 다시 받아들이고 「20% 이상 반영」을 건의했다.90년 2월8일 적성시험에 반대하면서 차라리 학력고사를 고급화할 것을 건의했던 대통령 자문기구 교육정책자문회의는 1년 뒤인 2월18일을 기정사실화하고 다만 반영여부와 대학별 고사의 실시여부는 대학에 맡기자고 수정건의했다.
그 뒤 교육부에 의해 최종 심의권이 부여된 대교심(대학교육심의회)은 중교심안을 심의 끝에 3월12일 「1회 실시하되 여건이 갖춰지면 2회 실시할 수도 있다,반영여부·비율 등은 대학에 맡기고 명칭을 대학수학능력시험으로 바꾸자」고 건의했다. 이 잠정안을 주제로 14,15,18일 세 차례 열린 공청회에서는 예상대로 지배적인 여론이 형성되지 못했다.
이처럼 혼란스러운 과정을 거치며 개선안은 U턴을 거듭했고 한 기구에서조차 의아할 만큼 일관성이 유지되지 못하고 있다. 개선안 논의에서는 대통령의 말이 큰 부담이 되고 있다. 대통령은 연두회견에서 『94학년도부터 대학입시를 자율화하겠으며 한 번 시험으로 당락이 결정되는 입시방식을 시정하겠다』고 얼핏 당연한 듯하지만 상충되는 말을 했던 것이다. 시험의 관리·운영 주체가 대학이 아닌 한 자율은 무의미하며 「2회 이상」의 단서는 타율로 직결되기 때문이다.
개선안의 결정과정은 이제 고교교육정상화와 입시공정성 확보를 명분으로 국가관리시험을 계속 실시함으로써 대입시 관여장치를 확보하려는 교육부와 이 틀에서 벗어나려는 대학의 다툼구도가 됐다. 대교심 구성원 중 상당수는 2월7일에 입시자율을 요구하는 결의문을 냈던 대학교육협의회의 회원들이다.
대입시 제도같이 중요한 문제는 마땅히 신중하게 검토되고 장기간 논의돼야 한다.
그러나 여러 기구의 중구난방이나 한 기구의 일구이언은 고쳐져야 할 일이다. 혹시라도 교육부가 대교심에 결정을 번복하도록 영향력을 미치거나 선거일 결정이 정부의 고유권한이라고 말하듯이 대교심을 무시한 채 대통령의 눈치를 보며 일방적으로 2회 실시·의무반영을 확정한다면 수험생의 부담과 대학자율을 도외시했다는 비난을 받게 될 것이다.
교육부가 정말 그렇게 한다면 우리의 교육정책은 무의미한 U턴 운행을 되풀이하는 셈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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