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의 자발적인 참여가 없이 자치는 성립되지 않는다. 타율은 주어지는 것이며 자율은 자각으로 만들어 내 듯,자치는 시민이 능동적으로 나서야 진가를 발휘할 수 있다. 방관자가 아닌 주인 노릇을 해야 한다는 뜻이다.시민의식의 각성이 「시민연대회의」라는 모임을 만들어 자치를 위해 발 벗고 나섰다. 정략과 당략의 정치색을 배제한 순수 민간운동으로서 산뜻한 봄내음을 풍긴다. 종반에 접어든 지방의회선거에 우선 한가닥 청풍을 불러일으켜 주기를 바라는 심경 간절하다.
시민연대회의는 창립과 동시에 「시민다운 모습을 회복한다」는 「시민선언 1991」을 채택하고 지자제관련 선거법개정,시민대표 선출에 동참하며 책임을 지고,정치문화의 쇄신을 다짐 하고 있다.
무릇 시민운동의 성패는 무엇보다 순수성에 좌우된다. 위장된 관제나 어용 또는 불순한 목적이 개입하면 그 정체는 금방 들통이 나고 무력화하고 만다. 과거에 우리는 그런 실례를 얼마든지 보아 왔다.
지금 진행중인 지방의회선거를 지켜 보면 기대 반,회의 반이 엇갈리는 것 같다. 제대로 될 것인가 아니면 혼란이 있지 않을까 판단이 헷갈려 참여에 머뭇거리는 경향도 없지 않다. 시민운동은 이러한 망설임에 용기와 확신을 심어주어야 할 것이다.
아울러 이러한 시민운동은 일과성으로 끝나서는 안 될 것임을 강조해 두고자 한다. 설혹 이번 지방의회선거가 무사하고 탈없이 치러진다 해서,자치의 앞날이 훤히 밝아오지는 않을 것이다. 시민의 참여와 감시와 견제가 끊임없이 계속되어야 민주주의의 기본인 자치가 자리를 잡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한 압력은 모래알 같은 시민 개개인보다 민간모임에 의해 효과적으로 수행될 수 있음을 확신하게 된다.
극에 달한 정치불신의 해소와 정치쇄신도 그렇다. 시민정신이 중심을 잡고 상향식으로 치고 올라가야 개혁이든 혁신이든 가능성이 열린다. 정치는 정치인들이 맡아야 하되,그들을 국민이 움직인다는 것을 똑똑히 실감케 하여야 정치가 된다. 이것이 곧 시민권의 행사라 하여도 무방할 줄 안다.
우리는 시민연대회의의 창립을 민간운동 차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앞으로의 활동에 기대를 걸어 본다. 그러나 단서가 있다. 거듭 당부하지만 순수성만은 고스란히 유지해 달라는 것이다. 처음의 자세가 흐트러져 편향성을 보이면 남는 것은 냉소뿐임을 깊이 각성해야 한다.
그런 뜻에서 특정후보에 대한 지지표시 같은 행위는 삼가는 게 옳다. 민간운동은 원칙과 규범을 제시하고 여기서 이탈하는 것을 방지하는 데 주력해야 공감대를 넓히고 지지기반을 확대할 수 있다.
지금 우리가 절실하게 필요로 하는 것은 희망과 용기이다. 희망은 주어지지 않고 만들어 내야 한다. 시민연대 같은 민간운동이 그 몫을 맡아 성취시켜 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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